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현대자동차그룹 ETF는 시장 대비 높은 성과를 거뒀다. 반면 2차전지 업종 하락세와 더불어 포스코그룹 ETF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1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타이거) 현대차그룹+펀더멘털' ETF 1개월 수익률(지난 13일 기준)은 20.02%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89%)을 앞서는 수준이다.
이 ETF는 현대차 (KS:005380)(투자 비중 28.13%) 기아(27.52%) 현대모비스(13.63%) 등을 구성종목으로 담고 있다. 현대차, 기아 등의 실적 개선과 최근 정부 '밸류업 '정책에 따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부각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기아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실적 호조는 지속되고 주주환원 여력과 의지도 높은 상황"이라며 "테슬라 (NASDAQ:TSLA) 부진과 도요타 데이터 조작 사건 반사이익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ETF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코덱스) 삼성그룹 ETF와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ETF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6.59%, 8.24%를 기록했다. 'ACE 삼성그룹섹터가중 ETF' 역시 5.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 상품 모두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SDI,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의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핵심계열사에 투자하는 테마 ETF다.
이재용 삼성전자 (KS:005930) 회장의 무죄 판결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며 '뉴삼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조기 인수설까지 나오면서 삼성그룹주 전반에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LG그룹에 분산투자하는 'TIGER LG그룹+펀더멘털' ETF와 SK그룹대표주에 투자하는 키움자산운용의 'KOSEF(코세프) SK그룹대표주' ETF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3.54%, 10.28%를 기록했다.
포스코그룹 ETF, 나홀로 마이너스… "2차전지 업황 약화" 영향
그룹주 ETF가 전반적으로 코스피 지수 대비 높은 성과를 기록한 가운데 포스코그룹에 투자하는 ETF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포스코그룹포커스' ETF의 1개월 수익률은 -4.59%로 그룹사 ETF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신규 상장한 이 ETF는 포스코그룹주를 담고 있다. 올해 들어 전기차 소비심리 위축으로 글로벌 1위 전기차(EV) 기업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2차전지 관련주로 묶인 포스코그룹주의 주가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해당 ETF 내 비중이 높은 포스코DX(29.18%) POSCO홀딩스(24.64%) 포스코퓨처엠(20.43%) 포스코인터내셔널(16.69%) 등이 올 들어 많게는 20% 넘게 떨어지면서 ETF 수익률도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포스코그룹 ETF는 2차전지 관련 ETF 등과 더불어 수익률 하위 10위권 종목에 포함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증시 수급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쏠려있어 고PBR군이자 성장주인 2차전지 관련주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 조정 폭이 커지면서 (2차전지)반등 시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나,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으로 인해 밸류에이션 부담을 충분히 덜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정부 정책 기대감으로 고성장 주에서 저 PBR주로 쏠리는 것도 고PBR군인 2차전지 밸류체인 수급에는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주요 전방 고객사인 포드, 폭스바겐 등이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2차전지주 실적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