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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탁=김효진 기자] 선박 건조는 레고를 쌓는 것과 같은 조립과정을 거치게 된다. 조립 공정은 가공을 거쳐 절단된 것을 곡면으로 휘어진 강판과 각종 부재를 이어 붙여 입체적인 대형 블록을 만드는 과정이다.
삼성중공업 조립부 임만재 과장은 "선박을 건조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블록'이예요. 그래서, 조립 작업은 매우 중요해요. 결국 이 블록들을 결합해서 완성된 것이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자료에 따르면, 블록은 일반적으로 1차조립을 거친 중조립 블록과 그 중조립 블록을 뒤집어서(Turn Over) 조립 작업을 한번 더 거친 대조립 블록이 있다. 이러한 블록들 중에 굴곡이 없는 블록을 평블록이라고 하고, 굴곡이 있는 블록을 곡(曲)블록이라고 한다. 곡블록은 선체의 선수(머리)나 선미(꼬리)부분 등 외판이 곡면인 블록을 말하는데, 곡블록의 경우 곡면에 따라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지그(Jig)를 이용해 가공 공정에서 곡 가공된 강판의 형상대로 지그를 맞추고 그 위에 블록을 얹어서 작업을 한다. 선박의 블록은 프레스 머신과 열처리 등을 통해 10m가 넘는 블록들을 2mm 오차 이내로 곡(曲)가공한다. 곡가공 된 블록들은 선박의 머리와 꼬리부분 부분에 적용된다.
# 곡블록 주력 '현대힘스' = 현대힘스는 지난 2008년 설립된 조선기자재 업체다. 조선업 호황에 맞춰 고객사의 선박 곡블록 외주제작 물량 점유율을 지속 확대해왔다. 또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독립형 탱크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동시에 자회사 원하이테크를 통한 친환경사업 영역 확장이라는 2차 중장기 성장전략을 수립, 실행에 나설 예정이다.
주력 생산 곡블록인 '엔진룸'을 포함해 복잡성과 고난도 작업성으로 일부 제작사에서만 생산이 가능한 '구상선수' '프로펠러보스' 'LPG 탱크' 등에서도 기술경쟁력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전문인력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엔진룸의 경우 현대삼호중공업의 전체 물량 중 절반 가까이를 현대힘스가 처리하고 있다.
최지용 대표이사는 “현대힘스는 설립 이후 15년 동안 HD현대 물량만을 처리하며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왔고, 고난도 곡블록 생산에서 독보적인 원스톱 생산체계를 구축하여 고객대응력 강화 및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지속해서 전문성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왔다”면서 “앞으로도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2019년 취임한 최지용 대표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중공업 영업 및 자금부, 볼보건설기계 경영기획, 오티스엘리베이터 CFO와 한온시스템 상무 등을 역임했다.
# 선제적 투자로 시장 선점 ... 실적개선 본격화 = 노후화된 선령의 선박 교체 주기 도래와 함께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이라는 새로운 선종의 출현, 친환경 연료 운반선(가스운반선) 수요 증가 등으로 조선 시장은 불황기를 벗어나며 성장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의 침체기로 많은 외주 제작사들이 폐업하면서 생산시설이 축소되었고, 이에 따라 제한된 생산 CAPA에 수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외주 제작사들의 납기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 결과, 사외 제작 물량 처리를 위한 대량생산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힘스는 조선업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 선제적 투자로 생산시설을 확충, 국내 조선 외주제작사 중 독보적 1위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11.9%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2023년 3분기 누계 기준으로는 전년도인 2022년 온기 대비 이미 93%를 달성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사외 제작 물량에 대한 점유율도 2016년 22.1%에서 2022년 29%, 2023년 32%로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 대표는 “불황기에 선제적 투자로 급격한 수주 증가에 대응할 수 있었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가스운반선 시장의 급성장이라는 조선시장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독립형 탱크 사업 진출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과 수익성 증대를 이루고, 친환경사업에도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등 현대힘스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현대힘스의 성장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대힘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343억원에 1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미 2022년 매출 1447억원에 근접했고 영업이익은 2022년 37억 대비 3배에 이른다. 2021년 매출은 1209억원에 6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이익률의 편차가 큰 편이다. 2026년까지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생산물량을 확보한 상태로 해당 기간까지 매출은 안정적이며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형조선소 3사(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가 지난해 3분기 11년 만에 동반 흑자로 돌아섰지만, 중형조선소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이은창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조선기업들은 기술력이 필요한 가스운반선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은 약간의 우위를 보였고, 벌크선은 한중일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벌크선은 기술력보다는 낮은 가격이나 수요 부문의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의 경우에는 기술력이 벌크선보다는 더 필요하지만, 가스운반선보다는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고, 수요와 AM·서비스 부문에서 경쟁국이 뛰어나기 때문에 격차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 2대주주가 HD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 ... 이달 17일부터 이틀간 청약 = 현대힘스의 총공모주식 수는 870만7000주이며, 주당 공모가 희망 범위(밴드)는 5000원에서 6300원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약 435억원에서 548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청약은 오는 17일과 18일 양일간 진행되며, 1월 상장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최대주주는 허큘리스홀딩스 유한회사로 총 2222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상장을 통해 구주매출 348만주를 행사하면 상장 후 보유 주식수는 1871만여주가 된다. 2대주주는 HD한국조선해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