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연초 기업공개 시장에서 중소형딜에 순풍이 불면서 제약바이오 IPO도 꿈틀대고 있다. 특히 바이오인프라가 공모흥행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을 다소 올려준 모습이다. 물론 상장일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바이오 섹터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묻어난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신규 상장기업이 모두 공모가를 밴드하단에 미달하는 가격에 결정했지만, 바이오인프라의 경우 이 같은 흐름을 깼다는 점에서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달 공모에 나서는 에스바이오메딕스와 지아이오베이션이 개선된 투심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작년 바이오IPO, 공모규모 전년比 90%↓=지난해 바이오 IPO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기를 잃었지만 바이오섹터는 공모성적표가 특히 더 나빴다. 상장기업 수도 2021년 19곳에서 지난해 13곳으로 줄었고, 공모금액도 전년대비 90%가량 축소됐다. 여기에 공모결과도 매우 좋지 못했다. 13곳 중 9곳이 밴드에 미달하는 가격에 공모가를 결정했고, 이 같은 현상은 하반기에 집중됐다. 특히 4분기 상장기업 6곳은 전부 밴드를 미달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수요예측과 청약경쟁률도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상장기업의 평균 수요예측과 청약경쟁률은 각각 836대 1과 740대 1을 기록했다. 이 중 바이오기업들의 경쟁률은 각각 154대 1과 135대 1로 평균치를 크게 갉아먹었다.
#임상CRO 바이오인프라, 연초 공모 흥행=하지만 지난 2일 코스닥에 입성한 임상CRO기업 바이오인프라가 공모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 균열을 냈다. 수요예측은 1595대 1을 기록했고, 일반청약은 1035대 1을 나타냈다. 바이오인프라는 임상1상 전문 CRO기업으로 글로벌 수준의 검체 분석능력과 국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증가에 따른 우수한 실적 등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상장일 주가는 안정적이지 못했다. 장중 ‘따상’(시초가를 공모가격의 2배로 형성한 후 상한가)을 터치하기는 했으나 매물이 나오면서 종가를 하한가로 마감했다. 앞서 1~2월 상장했던 대부분의 기업들과는 차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바이오인프라는 상장 이후 약세흐름에도 여전히 공모가를 사수하고 있다.
넓게 보면 올해 2월 상장에 골인한 이노진도 바이오섹터로 볼 수 있다. 이노진은 항노화 핵심기술력을 기반으로 탈모 및 피부∙미용 관리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탈모 완화와 피부·미용 화장품, 두피관리 기기 등 안정적인 제품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이노진은 국내 유일의 탈모 치료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유통채널을 확장하는 한편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공모흥행에 성공했다. 이노진은 코스닥 상장 첫날 ‘따상’을 달성하는 기염도 토했다. 다만 상장 이틀째 장중 고점을 찍고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 프리IPO 대비 기업가치 큰 폭 낮춘 ‘지아이이노베이션’=이달에는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연달아 공모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2017년 설립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융합 단백질 기반의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유한양행을 주주로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후보 물질 스크리닝 및 최적의 이중융합단백질 구조를 도출할 수 있는 자체 신약 개발 플랫폼 GI-SMART™를 확보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면역관용억제를 통한 면역항암제인 GI-101과 알레르기 치료제인 GI-301이 있으며, 이를 포함해 피하주사형 면역항암제 GI-102까지 3가지의 신약후보물질이 임상단계에 진입해 있다. 특히 GI-101은 단일약물로는 유일하게 CTLA-4 및 IL-2 수용체를 동시에 타깃해 면역활성 효과를 올릴 수 있는 혁신신약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는 설립 3년만에 총 2조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향후 5년 내 5건의 추가 기술이전을 통해 밸류업을 이룬다는 목표다. 올해는 알레르기 치료제의 일본지역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총 20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6000~2만1000원으로 공모규모는 320억~420억원이다. 오는 15~16일 수요예측을 거쳐 21~22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맡았고,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이 합류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프리 IPO 당시 기업가치가 약 7,000억원이었는데, 이번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520 ~ 4,620억원으로 할인되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공모 후 유통물량이 약 60%로 높다는 점이 부담요소다. 다만 프리 IPO 당시보다 가치가 할인됐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이 출회되기 보다는 일부 물량이 출회되거나 관망세가 연출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물량이 소화될 때까지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 글로벌기업과 경쟁 중인 ‘에스바이오메딕스’=에스바이오메딕스는 재생의료를 중심으로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로 지난 2004년 설립됐다. 동국제약과 바이넥스가 주주로 있다. 핵심경쟁력으로 꼽히는 것은 원천기술이다. 3차원 기능성 스페로이드 구현 기술과 배아줄기세포 분화 표준화 기술을 핵심 플랫폼 기술로 확보하고 있다. 비용은 줄이고 안전성과 세포치료제의 효율은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들로 특히 파이프라인의 확장성이 뛰어나다.
현재까지 8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으며, 파킨슨병, 중증하지허혈, 척수손상, 눈가주름, 여드름흉터, 황반변성, 뇌졸중, 주름 및 창상 등 다양한 적응증을 타깃하고 있다. 회사는 배아줄기세포유래 척수손상치료제에 대해 전세계에서 두 번째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배아줄기세포유래 도파민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제는 아시아 최초로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한 상태다. 바이오·뷰티 사업 자회사를 통해 단기 성장기반을 다진 후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파이프라인의 성공적인 임상개발을 통해 블록버스터 세포치료제 개발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120억~135억원을 공모할 예정이다. 총 공모주식 수는 75만주이며, 공모가 희망범위는 1만6000~1만8000원이다. 28~29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내달 3~4일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