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상장철회서를 제출하며 IPO 공모시장에서 철수했던 자람테크놀로지가 내달 공모를 재추진한다. 이번에는 밸류를 낮추고 구주매출을 줄이는 등 보다 시장친화적인 공모구조를 제시했다. 얼어붙은 시장상황과 업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영업 흑자를 기록 중인 회사지만 이번에 소부장특례 트랙을 활용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자람테크놀로지는 이달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해당 증권신고서에 이달 30일 효력이 발생되면 내달 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후 이어 8~9일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신영증권이 맡고 있다.
앞서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 4월 22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해 9월 29일 승인을 받았다. 이어 10월 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빠르게 상장일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같은 달 21일 돌연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시장에서 일단 발을 뺐다.
자람테크놀로지는 당시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시장 상황과 대내외 현안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현재 IPO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만큼 공모가 내년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자람테크놀로지는 연내 공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총 공모주식 수는 100만주로 기존과 동일하다. 다만 공모가 희망밴드 및 상장 밸류와 더불어 구주매출 주식 수 등의 변동이 있었다. 이번에는 희망 공모가 밴드로 1만8000~2만2000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공모규모는 180억~220억원이며, 상장 밸류는 1111억~1357억원으로 책정됐다. 기존에는 공모가 희망범위로 2만1200~2만6500원을 제시했었다. 공모금액은 212억 ~265억원이었으며, 상장 밸류는 1287억~1601억원이었다.
또한 이번에는 구주매출을 축소하고 신주모집을 늘렸다. 기존에는 신주 80%, 구주 20%의 구조였지만 신주 90%, 구주 10%로 변경됐다. 구주는 KDB인프라 IP Capital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이 처분한다. 공모규모가 축소되면서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했지만, 신주모집 주식수를 늘려 유입자금 축소폭을 줄인 것이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가지만, 신주모집 자금은 회사로 유입돼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모주 투자자들이 반기는 요소다.
결과적으로 기존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보다 이번 공모규모는 15~17%가량 축소됐고, 상장밸류 기준으로는 13.7~15.2%가량 낮아졌다. 몸값과 공모금액 축소폭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이번에 신주가 10만주 늘면서 상장예정주식 수도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교기업으로는 머큐리, 이노와이어리스, 아진엑스텍, 칩스앤미디어를 선정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직전 12개월 실적 기준 비교기업들의 PER은 23.16배로 산정됐다. 자람테크놀로지의 경우 기술성장기업으로 2024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반기말로 현가화 해 적용했으며, 여기에 할인율 29.10~ 42.01%를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산출했다.
적용 PER의 경우 비교기업의 기준주가 상승 등으로 기존 증권신고서(22.86배) 제출 당시보다 소폭 올랐다. 다만 자람테크놀로지는 업황과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2024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기존 166억원에서 이번에 144억원으로 낮춰 잡았으며, 공모가 밴드 할인율은 기존 25.80~40.55%에서 더 높여 몸값과 공모규모를 축소했다.
2000년 설립된 자람테크놀로지는 통신용 반도체 팹리스 설계 업체다. 5G 통신반도체(XGSPON SoC)를 국내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XGSPON칩 및 관련제품, 광트랜시버, 기가와이어, DVT(Digital Voice Tracer), SOC(하이패스 단말기용 반도체 칩, 유선 교환기용 반도체 칩 등) 등의 제품을 공급 중이다.
자람테크놀로지는 5G 시장의 성장과 통신사의 5G 기지국 투자에 실적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총 3,160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5G 관련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자람테크놀로지의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게 주관사 측의 예측이다.
실적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136억원에 영업이익 11억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온기실적에 육박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치 보다 27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