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엔젯이 코스닥 상장 첫날 강세를 보였다. 다만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출발했던 탓에 공모가 대비 종가 수익률은 8.5%에 머물렀다.
엔젯은 18일 시초가 대비 20.56% 상승한 1만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시초가는 공모가격(1만원)의 90%인 9000원에 형성됐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격의 90~200% 사이에서 결정된다.
시초가 분위기는 좋지 않았지만 장 시작과 동시에 주가는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오전 10시10분께는 시초가 대비 28.90% 상승한 1만16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상한가를 목전에 두고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공모가 부근과 고점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가 결국 1만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주가지수도 장초반에는 기세가 좋았지만 오후에는 흘러내리면서 분위기가 꺾였다.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이베스트증권 HTS 기준 이날 개인은 71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억원과 69억원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외국인과 기타계정은 소폭 매수에 가담했다.
엔젯은 공모흥행에 참패해 상장 첫날 기대감이 그리 높지 않았다.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10% 하락한 가격에 형성된 것도 이 같은 투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상장기업 66곳 중 공모가 대비 시초가 손실률이 10%를 기록한 곳은 10곳으로 상장기업의 약 15% 수준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공모성적이 부진했던 기업들이었다.
엔젯은 높은 기술력과 함께 괄목할 만한 실적성장도 이루고 있지만 앞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경쟁률이 42.15대 1에 그치면서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2000~1만5200원) 하단에 못미치는 1만원에 결정했다. 수요예측에서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 탓에 청약에서도 찬바람이 불기는 매한가지였다. 유입된 증거금이 49억원에 불과해 일반 청약경쟁률이 1.9대 1에 그쳤다.
다만 올해 IPO시장은 변화가 많고 종잡기 어려운 데가 있다.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는데,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빠지는가 하면 공모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지만 상승랠리를 이어가는 곳도 있다. 상장 이후 한달 정도로 범위를 넓혀보면 10개 중 3개꼴로 수요예측과 다른 주가흐름을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09년 설립된 엔젯은 초정밀 잉크젯 프린팅 기술 전문기업이다. 독자적인 EHD (ElectroHydroDynamic, 전기수력학) 기술이 적용된 프린팅 및 코팅 솔루션 제공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각 솔루션 별로 장비, 부품, 소재에 걸친 토탈 솔루션을 공급한다.
EHD기술은 기존의 전자인쇄 기술과 달리 잉크를 밀어내기 않고 기판 부분의 전기장 하에서 잉크를 당기는 방식이다. 고해상도, 고점도 프린팅이 가능한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엔젯이 세계에서 최초로 기술 상용화와 양산에 성공했으며, 현재 삼성전기와 삼성전자 (KS:005930), 삼성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제조기업과 제조공정 혁신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한 결과 지난해부터 실적도 궤도에 올랐다. 매출은 전년대비 201.8% 증가한 101억원을 거뒀고, 영업이익은 18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액 115억원에 영업이익 30억원을 거둬 전년 연간치를 상회했다.
다만 이번 공모는 올해 실적이 아닌 2023년과 2024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진행했다. 엔젯은 이번에 소부장 특례 트랙을 활용해 시장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