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가 ‘쇼크’ 수준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영향으로 8일 증시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금융지주는 3900원(5.93%) 하락한 6만1900원에 마감했다.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래에셋대우(-2.58%)와 NH투자증권(-3.91%) 등 주요 증권주가 떨어졌지만 한국금융지주 하락폭이 유독 컸다.
증권업계는 전날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자회사 리스크(위험)’가 불거진 게 주가 급락 요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1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작년 4분기 증시 부진 속에서도 87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선전했지만, 시장 전망치(935억원)를 크게 밑도는 ‘실적 쇼크’를 냈다.
한국금융지주의 실적 부진은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키아라캐피탈Ⅱ에서 발생한 손실에서 비롯됐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4분기 증시 조정기에 보유 주식에서 대거 평가손실이 나며 423억원의 적자를 냈다.
키아라Ⅱ의 중국 투자 실패도 악영향을 끼쳤다. 키아라Ⅱ는 2013년 한국금융지주가 싱가포르에 세운 대체투자 전문 헤지펀드다. 설립 첫해 중국 네이멍구 지역 고속도로 운용사 전환사채(CB)에 86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이용률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작년 9월 말 기준 키아라Ⅱ 자산은 약 900억원인 반면 부채는 1181억원에 달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결국 키아라Ⅱ는 835억원을 작년 4분기에 손실로 처리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금융지주는 다각화된 사업 모델을 토대로 경쟁사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을 냈다”며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자회사가 투자한 다른 자산의 추가 부실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긍정적 시각도 있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4분기 실적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며 “키아라Ⅱ의 손실 처리는 보수적으로 이뤄진 만큼 향후 환입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한국금융지주, 4분기 실적 부진…위험 관리 능력 점검해야"
주요 증권사, 줄줄이 '어닝 쇼크'
"현대글로비스, 4Q실적↑ 올해 턴어라운드 본격화"-한투
한국금융지주, 한국투자캐피탈에 1300억원 규모 채무보증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