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상품 판매를 둔 은행들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금융권 관심이 모아진다. 자산운용사로부터 똑같은 상품을 제안받은 은행들 중에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만이 판매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내부에선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이 왜 리스크가 큰 상품을 팔았는지 의문"이란 반응도 나온다.
[그래프=KB증권] |
증권사나 운용사가 설계한 상품을 판매해 달라고 제안할 경우 시중은행들은 자체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친다. 일단 WM부서 실무자의 검토 이후 경우에 따라 상품위원회, 자산관리상품심의회, 자산관리협의회 등 추가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거친다.
KB국민은행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판매하지 않기로 했고,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에선 실무자 검토 단계도 넘지 못해 상품위원회 등에도 올라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은행이 DLS·DLF 상품을 팔지 않기로 한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국면에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렸고, 유럽 채권 금리가 하향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상품의 기초 자산인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나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금리 등은 작년 하반기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
독일 국채 금리는 올 1월 0.165%에서 지난 15일 종가 기준 -0.701%까지 떨어졌다. 투자 시점과 상관없이 원금 100% 손실 구간인 -0.7% 밑으로 진입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국 CMS금리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275%에서 0.407%까지 내려왔다. 독일과 영국 국채 금리는 최근 1년간 변동률이 각각 -319.1%, -65.1%에 이른다.
한 증권사의 해외채권 담당 연구원은 "최근 유럽 채권 금리의 변동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탈리아 총선이나 브렉시트 이행 등 이슈에 따라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은행권에선 두 은행의 판매 결정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 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이라면 일반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이 되지만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DLS와 비슷한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우량주라도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잘 내놓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왜 손실 가능성이 큰 상품을 팔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자체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다양한 투자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 같은 금리 추락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불완전 판매 여부뿐 아니라 판매 의사 결정 과정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판매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리스크 검토 등 적절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황 파악을 위해 시중은행들에 자료를 요청했고 이를 집계하고 있다"며 "실태 파악중이어서 구체적인 조사 범위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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