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11월15일 (로이터) -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는 전세계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에게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러나 독일보다 더 충격을 받은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러시아의 공세에 맞서고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것에서부터 기후변화와 싸우고 시리아를 빠져 나오는 난민들의 물결에 대응하는 것까지 독일 총리에게 중요한 거의 모든 이슈에서 트럼프는 미국을 독일의 동맹국에서 적으로 돌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 민주당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미국의 메르켈"이라고 부르며 독일 총리의 이름을 들먹였다. 트럼프는 지난 해 독일 국경을 수 십만 명의 이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한 메르켈 총리의 결정을 "미친 짓"이라고 평가했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일반적으로 기성 정치와 자유로운 민주적 가치에 대한 부정으로 보여지지만 이는 특히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로 간주되는 메르켈 총리에게도 개인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메르켈 총리가 내년 가을 역대 최고 기록과 동률인 네 번째 임기를 위해 출마할 것인지를 발표할 시기가 임박한 가운데 트럼프의 당선은 메르켈 총리에게 보다 많은 책임을 떠맡게 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1년간 쉬지 않고 위기와 싸워와 타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측근에 따르면 트럼프의 승리와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은 메르켈 총리로 하여금 계속해야 한다는 결심을 강화시켰다.
한 정책자문역은 "유럽과 그 외 지역에서 독일이 직면한 도전을 감안하면 메르켈 총리가 지금 그냥 은퇴할 순 없다. 이는 상황을 매우 나쁘게 만들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아직도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인들은 10여 년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한 후 미국과의 밀월관계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8년의 임기 동안 메르켈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킨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주 베를린에 고별 방문을 하게 된다.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과 독일의 관계가 크게 약화되는 것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편집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