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는 “국회가 신속히 추경을 처리해 효과가 제때 나오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세 번째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과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를 위해 3조6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24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추경안을 확정하고 2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여당은 5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자유한국당이 “재해 추경과 총선용 경기 부양 추경을 구분해 심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자리 창출에 목돈 투입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출발점은 미세먼지였다. 지난달 6일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발단이 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24일 공개된 올해 추경안(6조7000억원)에서 미세먼지 대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1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주연’ 자리를 꿰찬 건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강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경기를 부양하는 사업이었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 “국가 채무를 3조6000억원이나 늘리면서까지 할 만한 사업인지 의문”(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라는 비판이 야당과 학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올해 추경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배정된 분야는 ‘일자리 창출’이다.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 7만3000개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한 달에 30시간 일하면 27만원을 주는 ‘노인 일자리’를 3만 개(1008억원) 더 마련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렇게 마련한 일자리가 번듯한 직장이 아니라 ‘단기 알바’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노인 일자리와 희망근로 등은 길어봐야 1년이다. 근로감독도 느슨해 사실상 정부가 취약계층에 용돈을 주는 사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청년 일자리를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작년 추경 때 신설된 ‘지역 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은 지난해 추경 집행률이 61.6%에 그친 데다 “성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국회예산정책처)는 지적을 받았는데도 올해 247억원이 배정됐다.
실효성 떨어지는 대책도
추경 취지에 맞지 않거나 기존 정책과 충돌하는 사업도 있다. 지원 대상을 늘리기로 한 ‘신사업 창업 사관학교’가 그렇다. 연간 150명 안팎의 예비 소상공인을 ‘준비된 창업자’로 키우기 위해 93억원을 들이는 사업이다. 한 소상공인은 “이들이 창업한 카페와 식당이 잘되면 결국 주변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며 “기업 취업률을 끌어올려 자영업자 수를 줄여야 할 판에 정부가 ‘우등 소상공인’을 양성해 기존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만들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미세먼지 대책의 체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부는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등 대책이 시행되면 올해 미세먼지가 7000t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예상 배출량(28만4000t)의 2.4% 정도다. 하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막을 방법이 없는 데다 경유 화물차 운행을 줄이기 위한 보조금 감축 등 민감한 사안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땜질식 처방’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추경이란 구색을 맞추기 위해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도 부랴부랴 넣은 것 같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오상헌/성수영/서민준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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