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 있는 한 석유화학 관련 밸브업체는 올해 예상 수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120억원이다. 원자재 구입 등 신규 자금으로 10억원 이상 필요하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550%로 높아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았다.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대표가 증자에 참여하고 특허권 등을 현물출자해 부채비율을 300%까지 낮추는 방안을 마련했다. 주거래은행을 교체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권영학 경남중소기업청장(51·사진)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의 해결사로 통한다. 지난해 1월 부임한 이후 40여 개 기업의 자금난 해결에 앞장섰다. 권 청장은 어려움을 겪는 고향(경남 밀양) 지역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방청을 자원했다.
권 청장은 1주일에 기업 서너 곳을 둘러본다.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의 경영 여건 개선에 관심이 많다. 그는 주말 동안 해당 기업의 활로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기업과 공유한다. 과거에 권 청장이 기업의 재무구조와 리스크 등을 살펴보는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건강관리팀에 근무한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다.
권 청장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곧 설비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주문받은 제품을 제때 공급하려면 설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자동차 부품 등 신규 주문을 받으면 설비 투자로 50억~70억원가량 들기도 한다. 당장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권 청장에게 SOS(조난신호)를 친다.
권 청장은 이들 기업의 재무구조를 진단한다. 대부분 부채비율이 높다. 유휴 자산이나 부동산 매각을 권고한다. 골프회원권 처분, 기술평가를 통한 특허권의 현물출자 같은 방안도 마련한다. 해당 기업 대표가 이 같은 재무개선안을 받아들이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같은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을 소개해준다. 물론 상태 개선이 쉽지 않은 기업은 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밟도록 한다. 권 청장은 “기업이 문을 닫는 것보다 협조융자를 해서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며 “금융권에서도 재무상태 개선 노력을 한 중소기업의 80%가량은 도와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권 청장의 기업 진단에는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며 “한 개의 중소기업이라도 더 잘 돼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걸 보람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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