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는 국세감면 제도는 ‘시한부’ 일몰(日沒)제로 설계하는 게 원칙이다. 세금이 무한정 누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몰이 없는 국세감면제도라면 ‘조세지출 심층평가’를 통해 주기적으로 제도 유지 여부를 따져보게 돼 있다. 하지만 전문기관이 심층평가에서 “일몰을 적용하라”고 개선안을 내놓더라도 정부가 이를 따른 사례는 거의 없다.
15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적용되는 276개 국세감면 조항 중 일몰 규정 없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있는 항목은 82개다. 금액은 전체 감면액(47조4000억원)의 55.1%(26조1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일몰조차 없다면 수십조원의 돈이 국고에서 통제 없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일몰이 있는 국세 감면도 정비 실적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몰이 도래한 88개 조항 중 폐지된 조항이 10개, 축소나 재설계된 조항은 6개에 그쳐 정비율은 18.2%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건 조세재정연구원 등 연구기관의 심층평가 결과가 나와도 정부가 이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연 감면액 300억원이 넘는 굵직한 조세특례 항목 중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15개 제도가 심층평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이 15건 모두에 일몰 연장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조세지출 심층평가 결과를 따르도록 강제성을 부여해 부처별로 중복된 보조금이나 효과가 낮은 일자리 관련 예산 등을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제한 국세감면을 막으려면 모든 국세감면 조항에 일몰을 부여하되 장기적인 과제는 7년 정도의 일몰을 부여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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