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 개편이 또 미뤄졌다는 소식에 주류업계는 허탈해하고 있다. 주세법이 몇 년에 걸쳐 비슷한 패턴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온 맥주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제맥주협회는 7일 입장문을 내고 “주세법 개정안 발표가 6개월 새 세 번이나 지연돼 정부의 경제 활성화 의지가 의심된다”며 “맥주산업의 존폐가 달린 주세법 개정이 무산된다면 상당수 업체가 내년까지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세법 개편 논의는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본격 올라왔다. 종량세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7월 말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주종의 조세 형평성 등을 고려해 내년으로 연기하겠다”며 전면 백지화했다. 기재부는 이후 세 차례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11월 기재부는 “내년 3월 개편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초 “5월 초에 발표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번엔 기한을 두지 않고 연기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4조원이 넘는 맥주 시장의 존폐가 달린 현안이 계속 표류 중인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0여 개 중소 규모 맥주 제조자들은 8일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서민 부담, 업계 전체의 입장, 일자리 등을 모두 고려해 ‘모두가 만족스러운 정답’을 찾으려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맥주와 소주, 지역소주와 전통주의 각종 수입주류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몇 년째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결정장애’를 겪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종과 업체별로 미묘하게 입장이 다르지만 현재의 주세 체계로는 값싼 재료로 싼 술만 만들 수밖에 없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며 “주류 문화 발전 등의 큰 틀에서는 일부라도 종량세를 먼저 도입한 뒤 다른 주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세법 개정이 계속 미뤄지는 동안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은 2012년 이후 6년 만에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수입맥주의 공세로 국내 맥주산업 기반 자체가 허약해졌고, 지난해에만 5000여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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