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 "팔자니 아깝고, 갖고 있자니 대출이자와 보유세 부담이 큽니다." 60대 남성 A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의 자산관리센터를 찾았다. A씨는 서울 영등포구에 공동주택 두 채를 보유 중인데, 이 중 한 채를 부동산에 내놓으려다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지인들이 증여를 하는 것은 어떠냐고 추천하는데, 아들은 대학생이라 증여세를 낼 여력이 없다"며 "증여세를 대신 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세무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을 앞두고 시중은행에 '증여'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증여는 한때 부자들만의 관심사로 여겨졌으나 절세 매력이 부각되면서 중산층의 주요 자산관리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상승이 기대되는 저평가 자산일수록 일찍 증여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9.13%로 작년(5.51%)보다 1.7배 상승했다. 서울은 17.75% 올라 공시 도입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리 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기 위해 고가 단독주택 위주로 공시가격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그동안 현저히 낮게 평가돼 왔던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올려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표준주택·표준지 공시가격은 오는 2월 확정되고, 개별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4월 말, 토지 개별 공시지가는 5월 말 발표된다.
공시가격 인상이 예고된 후 시중은행에는 증여를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집을 파느니 물려주는 게 낫다는 계산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나온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부동산 규제로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커지면서 고액 자산가는 물론 중산층 고객들이 증여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증여를 문의하는 고객들이 더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여를 계획했다면 가능한 '일찍' 서두르는 것이 절세 혜택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증여 후 10년이 지나면 상속재산에서 증여분이 제외되기 때문에 10년 간격으로 재산을 증여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배우자 간 증여는 6억원까지는 증여세가 없다. 자녀의 경우에는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증여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우자에게 10년에 6억원씩, 성인 자녀에게 10년에 5000만원씩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10년 이내에 피상속자가 사망해 이미 증여한 자산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더라도 자산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 증여가 유리하다. 상속 당시가 아닌 증여 당시 재산가액으로 합산되기 때문이다.
사례에 등장한 A씨의 경우를 살펴보면 A씨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증여를 선택했다. 보유하고 있는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이는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자산을 일찍 증여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일치한다.
문제는 재산(주택)을 받는 수증자(아들)가 증여세를 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A씨가 아들의 증여세를 대신 낼 수 있다. 증여세는 재산을 받는 수증자가 내는 것이 원칙이나 증여를 한 사람이 세금을 대신 내도 된다. 다만 증여세가 추가 과세된다. 대납한 증여세도 증여에 해당되므로 재산 증여가액에 가산해 증여세를 납부한다.
다주택자가 가족에게 집을 물려줄 때는 부담부 증여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재산과 채무를 함께 증여하는 방법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부담부증여는 주택 가격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에만 증여세를 내고, 채무인수액 부분은 부모가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며 "증여도 다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는 만큼 보유 주택 수와 부채 비중, 증여세 부담 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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