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연간 수익성 ‘왕좌’를 놓고 막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래에셋대우의 1위 독주가 예상됐으나 하반기 들어 혼전 양상에 빠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한국투자증권이, 당기순이익은 미래에셋대우가 앞서 있다. 다만 양사의 격차가 크지 않아 4분기 실적에 따라 최종 순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 3위가 유력한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에선 비슷한 추이로 경쟁하고 있지만 당기순이익으로는 다소 격차가 벌어져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이 각각 2146억원, 2130억원, 988억원이다. 상반기 실적만 보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 모두 1위다.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으로 주춤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1400억원 이상 이익을 내며 격차를 줄이거나 역전을 허용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264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에 떨어지며, 당기순이익은 4343억원으로 200억원 정도 앞선 상태다.
3분기 부진한 실적은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30% 이상 급감했고, IB부문에서 대형 딜 공백과 보유물량 셀다운 확대로 역기저현상이 나타났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외에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트레이딩 및 자기자본(PI) 투자에서도 재미를 못 봤다. 중국에 투자한 수익증권과 주식에서 평가손실이 반영돼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 & Trading)부문의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1829억원) 대비 62% 감소한 695억원에 그쳤다. PI부문은 1326억원에서 427억원에서 급감했다. WM(자산관리)와 IB(기업금융)부문의 성장이 그나마 위안이다.
실적측면에선 미래에셋대우이 조금 답답해 보인다. 자기자본이 8조2000억원으로 NH투자증권(5조원)보다 3조2000억원 많다. 증권사 평균 레버리지가 700%로 미래에셋대우가 약 25조원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수익성에서 차이를 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경영 전반에 투자가 경쟁사 대비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위탁매매 수입 및 보유자산 평가 감소 등으로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그동안 투자를 늘린 11개 해외법인에서 성과가 나타나며 내년에는 보다 차별화한 기업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970억원, 1080억원, 1200억원 정도다. 당기순이익은 820억원, 910억원, 10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이들 모두 국내외 증시불안과 IB부문 위축으로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전망이다. 이들 회사는 업황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어 수익 극대화보단 리스크 관리에 따라 증권사간 수익성 왕좌가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수익성 1위에 올랐던 미래에셋대우가 3분기 부진에 이어 4분기에도 1000억원 이하의 성적이 예상돼 영업이익에서 한국투자증권의 1위 자리를 빼앗긴 상황”이라며 “영업외 수익·비용을 포함한 순이익에선 격차가 크지 않아 4분기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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