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미 SVB사태 등을 계기로 부각된 디지털 뱅킹 환경 하에서의 대규모 예금인출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backstop)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대출제도 개편안을 의결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현행 한국은행의 대출제도는 주요국에 비해 좁은 담보증권 범위 등으로 인해 대규모 예금인출 시 일시적으로 유동성 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예금취급기관의 지원에 상당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어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은행에 대해서는 상시 대출제도(Standing Lending Facility)인 자금조정대출의 적용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해당 제도의 금융안정기능을 강화했다.
대출금리는 기존 기준금리 플러스 100bp에서 기준금리 플러스 50bp로 낮췄다. 적격담보범위의 경우 기존 적격담보에 9개 공공기관 발행채, 은행채 및 지방채,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우량 회사채 등까지 포함시켰다. 확대된 적격담보범위는 일중당좌대출, 차액결제이행용적격담보증권 및 금융중개지원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울러 기존 최대 1개월 범위 내에서 연장 가능했던 대출만기를 최대 3개월 내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개편은 오는 31일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지방채,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우량 회사채의 적격담보 포함은 8월 31일부터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등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한은법 제80조에 근거해 이들 기관의 중앙회에 대해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는 현행 한은법상 제약으로 은행과 동일한 상시 대출제도를 구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것을 고려한 조치이다.
비은행예급취급기관으로는 상호저축은행,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및 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이들의 경우 한은법상 금융기관의 범위가 은행(및 은행지주회사)으로 한정돼 있는 데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적용될 수 있는 제80조의 상황 요건이 엄격하게 설정돼 있어 은행과 동일한 상시 대출 구비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앙회에 대한 대출시 은행(자금조정대출)에 준하는 적격담보 범위를 적용할 예정이다. 또 이들에 대한 신속한 유동성 지원 결정을 위해 감독당국과 한은의 수시 정보공유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또 향후 한국은행의 대출적격담보에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우선 은행에 대해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으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법적·실무적 주요 이슈에 대해 유관기관과 함께 검토하고 관련 제도 개선,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1년 내외 예상)을 거쳐 금통위에서 의결 후 시행할 예정이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중앙회 및 개별 기관)에 대해서는 향후 해당 기관에 대해 한국은행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공동검사 및 자료제출요구에 관한 제도적 여건이 마련된 후 대출채권을 적격담보 범위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한은법 80조를 보면 2금융권에 대해서는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 어려움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을 때만 한은 지원 가능하다"며 "은행으로부터 조달이 가능한 상황을 넘어서는 경우에 제도적으로 중앙은행이 2금융권에 대해서는 은행과 동일하게 확대된 담보를 적용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그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선언을 한 거니까 백스탑(안전장치)으로 좀 더 구체화시켰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