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데다 정제마진마저 낮아 정유업계가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석유제품 수출량 고공행진에도 정유업계가 울상이다. 국제유가가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낮은 정제마진으로 실적 압박이 상당해서다.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1분기 실적 저조에 이어 2분기에는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27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정유사 4사(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석유제품 수출 물량이 전년동기 대비 7.3% 증가한 1억1744만배럴로 집계됐다. 물량증가에도 석유제품 수출액은 수출단가 하락으로 전년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더 많이 팔았지만 더 적게 벌었다는 뜻이다.
이는 정제마진 하락 영향이 크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제품가격 차이로 일반적으로 경기 순환과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 경기가 좋을수록 정제마진 수익이 높고, 경기침체일 경우 하락세를 나타낸다. 증권가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지난해 6월4주 배럴당 29.5달러로 최고점을 찍고 내려왔다. 올해 4월4주 기준 배럴당 2.5달러를 기록할 정도다. 정유업계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인 4~5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정유사 처지에서는 원유를 수입해서 공들여 정제한 뒤 판매해도 손해만 보는 셈이다.
정제마진 하락은 올해 1월부터 감지됐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4주 배럴당 10.5달러에서 올해 1월1주 8.2달러로 하락했다. 평균으로 보면 하락세는 더 뚜렷하다. 분기별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1분기(1월1주~3월4주) 8.2달러에서, 2분기(4월1주~4월3주) 3.9달러로 줄었다. 최근 미국발 ‘은행 파산’ 공포에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며 정제마진 하방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정유업계에서는 벌써부터 2분기 적자 우려가 흘러나온다. 지난해와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지난해는 상승기조인 고유가와 세계적인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로 정제마진도 고공행진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해, 80달러가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반면 올해 두바이유는 배럴당 90달러는 고사하고 85달러를 넘어서지도 못했다. 4월초 OPEC+(주요산유국협의체) 국가들이 5월부터 하루 116만 배럴 감산을 선언했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미 1분기 정유4사 실적은 암울하다.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1분기 정유업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최대 80%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 (KS:096770)(SK에너지 모회사) 영업이익은 2941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동기(1조6491억원) 대비 82.17% 감소한 수치다. S-oil (KS:010950) 영업이익도 587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3320억원) 대비 55.9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이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S-OIL은 27일 1분기 잠정실적에서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 61.3% 감소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고위급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지난해와 정반대로 원유 가격과 정제마진이 계속 하락 중”이라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2분기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