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S 2024 SK하이닉스 (KS:000660) 부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최근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전장이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앞다퉈 새로운 기술 및 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의 열을 올리고 있다.
AI로 고용량·고성능 QLC eSSD 수요↑
27일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SSD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6억9300만달러에서 2027년 385억64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로 인해 고용량·고성능 QLC eSSD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률이 5~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eSSD의 가격 상승률은 15~2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QLC는 ‘Quad Level Cell(쿼드 레벨 셀)’의 줄임말로, 셀당 4비트를 저장해 기존 TLC(Triple Level Cell·3비트)보다 제품의 크기와 두께를 줄이면서도 데이터 저장량을 늘렸다.
SSD는 하드디스크(HDD)의 한계를 극복한 데이터 저장장치(스토리지)로,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이용해 하드디스크보다 데이터 읽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또 SSD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회전식 자기 디스크가 포함된 하드디스크에 비해 작동하는 데 더 적은 전력을 필요한다.
생성형 AI를 운영하는 데 천문학적인 데이터와 전력 소비가 필요로 하는 만큼, 고용량·고성능·고효율의 QLC eSSD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으로 2조8860억원을 벌어들이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QLC eSSD 양산이 가능함에 따라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은 가장 먼저 고용량 QLC eSSD를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eSSD 시장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5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솔리다임에는 60TB eSSD가 준비돼 있다”며 “SK하이닉스에서도 QLC 기반 60TB 제품을 개발하고 내년에는 300TB까지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마이크론 기술 개발 박차
삼성전자는 FMS2024에서 업계 최대 용량의 QLC eSSD인 'BM1743'을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업계 최대 용량 eSSD를 공개하며 바짝 뒤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미국 산타클라라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FMS(Flash Memory Summit)에서 업계 최대 용량의 QLC eSSD인 ‘BM1743’을 선보였다.
삼성은 FMS에서 “64TB(테라바이트) BM1743 모델이 양산 준비를 마친 가운데, 128TB 모델 개발이 올해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차세대 스토리지 혁신을 위해선 열 관리 기술 발전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열 관리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열 저항 감소, 고열 방출 해결, 더 나아가 액침냉각 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열 관리 솔루션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기업용 SSD 시장에서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론 또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1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47% 점유율로 1위이고, SK하이닉스·솔리다임이 30%를 차지하며 2위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4월 232단 QLC SSD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마이크론은 FMS에서 PCIe 6.0 기반 데이터센터 SSD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PCIe(고속 직렬 컴퓨터 확장 버스 표준)는 메인보드와 그래픽 카드, 확장 카드 등을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다.
현재 대부분의 SSD는 PCIe 4.0 또는 5.0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지만, 마이크론은 이번 발표를 통해 PCIe 6.0 기반 SSD 기술 선점을 공식화했다.
마이크론 측은 해당 제품이 초당 26GB(기가바이트) 이상의 순차 읽기 속도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기존 마이크론 제품 중 가장 빠른 SSD보다 약 80% 향상된 성능이다.
키옥시아는 아직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위 업자인 키옥시아의 경우 기업용 SSD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키옥시아의 낸드 제품은 소비자용 중심으로 기업용에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실제 기업용 SSD 시장에서 키옥시아의 점유율은 9%밖에 되지 않는다.
키옥시아는 최근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나, 상장 이후에도 기업용 SSD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키옥시아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로 낸드 신규라인 증설과 기존 생산라인 전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키옥시아 상장이 낸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키옥시아의 기업용 SSD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기업용 SSD 시장은 2위 SK하이닉스와 1위인 삼성전자가 독과점적 공급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고대역폭메모리와 유사하게 맞춤형 주문 방식의 시장 구조를 당분간 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