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40i X드라이브.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BMW 뉴 5시리즈가 출시됐다. 시승을 통해 체험한 BMW 뉴 540i X드라이브는 BMW 고유의 달리는 재미와 패밀리카에 걸맞는 승차감을 동시에 챙긴 차량이었다.
5시리즈는 1972년 처음 공개된 이후 전 세계에 800만대 이상 판매된 BMW의 대표 모델이다. 뉴 540i는 키드니 그릴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됐고 ‘L’자형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레이저 헤드램프를 탑재했다. M스포츠패키지 요소인 전면 범퍼도 공격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L자형 주간주행등은 날렵하고 멋지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BMW 5시리즈는 1970년대 출시된 1세대부터 2017년 단종된 6세대까지 '코로나 링'이라는 이름의 원형 헤드램프를 유지해왔다. 2017년 7세대에서는 코로나 링이 각진 모습으로 변하며 위가 약간 잘려나갔고, 이번 부분변경 모델에서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라고 하지만 BMW 특유의 디자인이 사라진 점은 섭섭하다.
다만 7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레이저 방식을 적용해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보다 더 먼 거리를 밝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레이저 라이트는 영화 속에서 살상무기로 나오는 레이저를 여러번 반사시켜 빛으로 바꾼다. 이렇게 만들어진 빛은 직진성이 강해 600m 거리도 환하게 비춰준다. LED 램프의 빛은 보다 넓은 각도를 비추지만 조사 거리는 상향등도 400m에 그친다. 뉴 5시리즈는 하향등은 LED를, 상향등은 레이저를 사용해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고루 비추도록 만들어졌다. BMW 540i X드라이브 실내는 BMW의 기존 디자인 요소를 유지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실내는 다소 넓지만 BMW 고유의 디자인은 고스란히 유지했다. 다만 메인 디스플레이가 기존 10.25인치에서 12.3인치로 부쩍 커졌는데, 시야에 거슬리는 느낌은 없으면서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기에 손을 원형으로 돌려 음량을 키우거나 재생곡을 넘길 수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재미 요소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NASDAQ:AAPL)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뒷좌석도 주먹 두 개 가까이 들어갈 정도로 무릎 공간이 여유로웠고 시트가 허벅지와 등을 모두 감싸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차량 뒷 모습은 크게 바뀐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배기구가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바뀐 것이 소소한 차이였다. 안쪽으로 깊게 설계된 트렁크 용량도 530L로 차 크기에 걸맞게 부족함이 없다. 뒷좌석을 접으면 1700L까지 확장된다. BMW 540i X 드라이브 뒷좌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메인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까지 모두 큼지막해 다소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운전을 하다보니 금새 익숙해졌다. 특히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달려야 할 차로와 주변 표지판 등을 모두 보여줘 다양한 도로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540i는 컴포트 모드에서도 여느 차량의 스포츠 모드에 비견될 정도의 주행 성능을 뽐냈다. 540i는 3.0L 6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45.9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기술이 적용돼 초반에 잔진동 없이 부드러운 출발이 가능했고 페달을 밟는대로 속도가 더해졌다. 변속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정확했다. BMW 540i X 드라이브 측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뒷좌석 승차감은 약간 단단한 느낌이 있지만 급가속을 하지 않는 이상 패밀리카로 부족함이 없었다. 동승한 영상 기자는 주행 속도를 알기 전까지 편안하다며 승차감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적한 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페달을 깊게 밟자 540i의 진짜 얼굴을 마주볼 수 있었다.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며 속도계가 즉각적으로 치솟았다. 540i의 제로백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이르는 시간)은 4.7초다. 200km/h까지 이르는 '제로이백'도 19초 남짓에 불과하다.
성능을 체험하고자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했음에도 연비는 8.2km/L 수준을 유지했다. 공인 연비는 9.9km/L로, 6기통 고배기량 차량이지만 얌전히 주행한다면 10km/L는 쉽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BMW 540i 후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반자율주행 기능도 훌륭했다. 540i는 3개의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차로유지와 차간유지는 물론 충돌 회피 조향도 지원한다. 저속이나 다소 크게 꺾이는 곡선에서도 차선을 정확히 인식해 차로 중앙을 달렸다. 디지털 클러스터에는 차량 주변에 어떤 차들이 있는지 그래픽으로 보여주는데, 승용차와 트럭, 버스 등을 구분하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
BMW 540i X드라이브는 운전자의 재미와 패밀리카의 승차감을 겸비하고 있었다. 반자율주행은 물론, 주행했던 길을 차가 스스로 후진해 빠져나오는 후진 어시스트나 어라운드뷰 등의 기능도 갖췄다.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다.
이 세상에 좋고 저렴한 물건은 없다는 누군가의 말 처럼 성능과 승차감, 첨단 기능을 모두 챙긴 BMW 540i X드라이브의 가격은 1억원에 육박한다. 럭셔리 트림이 9840만원, 시승차인 M 스포츠 패키지는 1억210만원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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