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올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 도입됨에 따라 자산운용업계에 '책임투자'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9년 국제 책임투자원칙(UN PRI·RUN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서명한 국민연금을 필두로 올해 국내에도 ESG 투자와 채권 발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ve)의 약자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환경적 요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고려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외국 연기금의 경우 UN PRI에 협약에 따라 ESG 투자가 강제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인도네시아 팜유농장 건설을 이유로 삼림벌채 사업을 벌인 포스코대우에게서 30만유로(약 4억원)를 회수했다.
글로벌 연기금들이 책임투자원칙을 확대함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 업계도 ESG 채권 등을 줄이어 발행, 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사업인 OLED공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면서 3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국내 최초로 발행했다. 당시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등으로 국내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웠지만 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그린본드를 발행하면서 수월하게 딜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올해에도 은행 및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ESG 채권 발행이 이어지는 추세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KB국민은행은 4억5000만달러 규모 10년 만기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그린본드와 소셜본드의 성격을 가진 지속가능채권으로 조달 자금을 친환경 사업이나 사회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서부발전에 이어 3번째 ESG 채권 발행이다.
이처럼 ESG 채권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늘어나는 것은 UN PRI에 가입한 외국 자본들의 상황과 올해 본격 도입되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때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1월31일 기준 코드 참여를 공표한 기관투자자, 자문사 등 자산운용업계는 총 78곳이다. 이들은 연성규범으로 제시된 7가지 원칙에 따라 자금을 투자한다.
[자료=한국지배구조연구원] |
한국거래소 역시 전세계적인 책임투자 확산과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발맞춰 올해 ESG 채권 상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라성채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는 "ESG 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과 한국 ESG 채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전용 섹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세미나 등 투자자 홍보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르는 강성부 펀드 등 '적극적 주주행동주의' 투자 역시 ESG 투자의 큰 흐름 중 하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장기투자하는 액티비스트(주주행동주의자)의 경우 ESG 투자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한진칼의 경우 S(사회)나 G(지배구조) 부분에 이슈가 있기 때문에 현금을 줄여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거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는 "연기금 등 해외 에셋 오너들은 특히 그린본드에 관심이 많다. UN PRI 협약으로 투자풀이 한정돼 있는 만큼 일반 채권보다 프라이싱(가격)도 좋다. 현재 유럽 등 선진국 뱅커들도 국내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본드 발행을 권고하는 중"이라며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밸류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차의 수소차 드라이브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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