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06일 (로이터) - '정크'(쓰레기)로 불리는 하이일드(고수익) 회사채가 고공 행진하는 주식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주 메릴린치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은 사상 처음으로 5% 밑으로 떨어졌다. 유럽 하이일드 수익률은 가까스로 2% 수준에서 움직였다. 유럽 정크본드 수익률은 10년물 미국 국채( 2.35% 수준)보다 낮다.
채권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결국,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회사채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보다 비싸다는 얘기다. 이는 금융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의 증거로, 전체 시장을 뒤흔들 지진의 첫 진동일 수 있다.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인 기업의 하이일드 채권은 현재 이른바 '스위트 스폿'(최적점)에 있다. 경제와 기업실적 성장이 수 년 만에 가장 가팔라졌지만, 완만한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긴축 전환은 요원해보인다.
이로 인해 주식과 국채가격이 모두 지지를 받고 있다.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주는 회사채 역시 이런 환경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3분기 미국의 비금융업 정크본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는 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전방위적 랠리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하이일드 매도세는 주식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여름부터 2016년 초까지 증시가 20% 급락했던 경우도 미국의 정크본드 붕괴에 조정이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정크본드와 주식은 거의 순상관을 보였지만, 2014년부터 2015년 초까지 이러한 관계가 깨졌고 이후 정크본드와 주식이 내리기 시작했다. 유가 급락으로 에너지 기업이 주로 포진한 미국의 하이일드 시장이 전멸했다. 메릴린치의 글로벌 하이일드 수익률은 2015년 5월 6%를 밑돌았으나 2016년 2월 거의 10%로 뛰었다. 당시 10개월 동안 투자자들이 하이일드 펀드에서 빼내간 자금이 460억달러에 달했고 MSCI 세계주식지수는 21% 급락했다.
정크본드와 주식의 순상관이 다시 깨지고 있다. 지난달 두 자산의 상관계수는 +0.18로 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하지만 두 자산이 모두 고공행진하면서 시장은 여전히 조정 혹은 추가 랠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크등급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최대로 활용하며 전례없는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리고 있다. 올해 발행된 정크본드는 3660억달러로 지난해 전체보다 35% 늘었다. 매우 점진적 속도이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금리가 상승하면서 정크 발행은 잠잠해질 수도 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