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월1일 (로이터) 노주리ㆍ유춘식 기자 - 지난달 한국 수출이 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9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은 데다가 조만간 개선 조짐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부진의 늪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올해 한국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는 물론 2%를 밑돌 가능성마저 커지게 됐고, 한국은행 금리 추가 인하가 한차례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6% 감소해 7월의 11.0% 감소보다 악화됐으며 3개월째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가격 하락 영향으로 30.7% 줄었고 중국으로의 수출이 21.3%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을 제외할 경우 8월 수출 감소율은 8.7%로 다소 낮아지지만, 여전히 부진한 것이어서 세계 경제의 둔화 속에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의 영향이 역력히 나타났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조치, 그리고 그에 이은 한국의 맞대응 조치 등 양국 무역 갈등은 한국 수출입 성적에 아직 두드러진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지난달 수입은 4.2%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7.2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흑자 규모는 7월의 24억달러보다 축소됐지만, 연속 흑자 행진은 이어갔다.
로이터 설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8월 수출이 13.6% 감소하고 수입은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8월 수출 실적은 가뜩이나 어두워지고 있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기준금리를 3년 만에 처음으로 인하했지만, 상황은 더욱 더 나빠지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우리도 2.0% 연간 성장 보고 있는데, 이러한 복합적인 불확실성 요인들로 인해 2.0% 하회 위험이 높다"라면서, "8월 수출 테이터는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와 한 번 정도 더 인하 전망을 유지 혹은 강화시키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민간 기관에서는 한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국은행이 11월 수정 경제 전망 발표 시 전망을 또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7월에 이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한층 커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일 KBS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올해 한국 경제가 정부 성장률 목표 하단인 2.4%를 달성할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에는 국내 투자와 수출이 회복세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주리ㆍ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