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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에서 결제의 주류는 신용카드다. 1990년대 말부터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독보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 생체인식 기술 발전 등으로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 전자금융거래 시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가 없어지면서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 선점을 위해 수많은 서비스가 쏟아져 나왔다. 이제는 특정 신용카드를 간편결제에 등록하면 추가 할인과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역으로 신용카드가 간편결제로 향하고 있다. 결제 기술의 혁신으로 간편결제는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투자의 관점에서는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크게 세 가지 포인트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로, 상위 PG(전자지급결제대행)와 VAN(부가가치통신망) 업체다. 국내 간편결제는 기존 신용카드, VAN, PG를 통하는 절차가 아직 일반적이다. 간편결제업체들의 플랫폼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동안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갖춘 PG와 VAN은 조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등 급성장하는 유통사들의 간편결제 거래 건수가 증가하면서 상위 PG 및 VAN 업체들의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비롯된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 기조 속에서도 상위 업체들은 살아남을 전망이다.
두 번째로 결제 데이터의 몸값 상승에 주목할 만하다. 금융사는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자산관리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특히 오픈뱅킹 시행에 따라 기존 금융사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를 핀테크(금융기술)기업에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 확보를 위한 각 기업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이다. 개인신용평가 등 독점적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 분야의 간편결제 확대에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 경기도, 우정사업본부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의 페이 서비스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부담 완화라는 정책 과제를 핀테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종이 상품권 형태로 지급되던 지역화폐도 모바일과 연동되면서 발행액이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지역화폐 발행액은 지자체 177곳에서 2조3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18조원 규모의 지역상품권을 발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영업 성장과 혁신 종합대책’을 지난해 발표했다. 지역화폐의 인기를 고려하면 정부 및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사업자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오늘도 지갑 없이 출근해 커피 한 잔을 살 때 휴대폰을 내밀고, 점심을 먹은 뒤 더치페이를 위해 페이 앱으로 내 몫을 송금했다. 현금에서 신용카드, 모바일 결제까지 결제산업의 변화는 생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신용카드의 아성이 언제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간편결제의 빠른 성장으로 기존 결제 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 속에 기회가 존재한다. 우리의 지갑은 남아있을 것인가.
임상국 KB증권 WM스타자문단 부장(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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