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7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OPEC+는 12월 초, 연 2회 열리던 장관급 회의를 매월 열어 내달 산유량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1월 4일에도 이에 따라 2월 산유량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에서는 러시아는 일일 50만 배럴의 증산을 촉구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치열한 마찰이 벌어졌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놀랍게도 2월과 3월, 양국을 합쳐 일일 7만 5천 배럴의 증산을 진행해도 된다는 합의를 받아냈다. 그 외의 국가는 모두 현행 산유량을 유지한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2월과 3월 중 자발적으로 일일 100만 배럴의 감산을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다른 아랍 국가에서도 일일 42만 5천 배럴의 자발적인 감산을 진행할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으나 그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다.
원유 시장은 이 예상치 못한 전개를 달갑게 받아들였다. 브렌트유와 WTI는 화요일 각각 5% 가량 상승했으며 수요일에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감산 소식이 시장에 어떤 의미인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주요 요소 4가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미국 산유업체 전망 개선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이 미국의 셰일유 업체들에게 희소식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국 원유 업계는 2020년 한 해 상당한 수준의 결합을 겪었고 효율성은 증대되었다.
이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 산유량은 더욱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요 셰일유 생산 지역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끌어올린 유가의 수혜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자본을 갖추고 유리한 입지에 있으며 생산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다.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이 업체들의 산유량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전반적인 산유량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일부 기업들은 이미 시추공 수를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2.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출은 현재 수준 유지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은 일일 100만 배럴 감소하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 SE:2222)는 고객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막대한 양의 원유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면 기존의 재고로 보충하는 것이다.
아람코는 이미 아시아의 거래국들에게 인상된 공식판매가격을 전달했다. 장기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현물 시장에서 이라크나 미국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유를 사들이려 할 수도 있다.
3. 스윙 프로듀서 노리는 사우디, 성과 없을 것
압둘아지즈 왕자는 이번 감산 결정을 1월 이후로도 경제 봉쇄가 진행되어 수요가 감소할 경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예방적 조치"이자 "선물"로 보이게 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의 스윙 프로듀서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그 자리를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스윙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서는 감산에 따라 줄어든 공급량을 메꿀 유휴생산능력이 없는 상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과 이라크, 러시아 등이 그 공백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0년대에도 감산을 통해 유가를 인상시키려 시도했으며 대체로 실패를 거두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람코는 상당한 금전적 타격을 입었다. 이런 사태에서 교훈을 얻은 전임 에너지 장관 알리 알 나이미와 칼리드 알파리는 다른 OPEC 국가와 OPEC+ 협력국이 모두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감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러시아가 증산 허가를 받아냈으니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번 감산은 러시아의 증산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OPEC+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전례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언젠가는 사우디아라비아도 다른 국가 대신 감산에 나서는 것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4. OPEC 및 협력국 감산 불이행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 할당량을 초과한 국가에 심한 압박을 가해왔다. 앞선 불이행을 벌충하기 위한 감산을 진행하도록 밀어붙인 것도 그 일환이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 상습적인 불이행국은 단 한 번도 할당량을 준수한 적이 없으나 이 전략 자체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산유국의 증산을 대신해 추가적인 감산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앞으로는 이라크나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가 할당량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2월과 3월 중으로 다른 OPEC+ 국가들이 산유량을 높이는 모습이 확인될 가능성은 상당하다. OPEC+는 100% 이상의 감산 이행률을 발표하겠지만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적인 감산이 포함될 것이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인베스팅닷컴 & https://kr.investi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