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ETF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ETF는 무엇일까? 바로 국제유가를 추종하는 원유 ETF이다. 해외에서도 그렇지만 국내 ETF 시장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투자자들이 원유 ETF로 몰려드는 이유는 명백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제유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WTI는 2000년대 들어 배럴 당 $20 밑으로 내려간 경우가 거의 없다. 혹독했던 2008년 리만사태 때도 최저가는 $35에 불과했고 그나마 단기간에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에 따른 손익분기점 가격을 대략 배럴 당 $60 내외로 본다면 현재 유가는 누가 봐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는 가격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머지않아 해결된다고 전제할 때 글로벌 경제는 다시 움직일 것이고 유가는 최소 두 배 이상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이 투자자들을 원유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원유 ETF의 포트폴리오 변경
다만 미국과 유럽이 대대적인 락다운(봉쇄조치)에 나서면서 원유 소비가 너무 많이 감소했고 이는 유가를 믿어지지 않는 수준까지 폭락시켰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주 만기 도래한 WTI 선물 5월물 가격이 -$37.6까지 하락하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태풍처럼 휘몰아치면서 급박해진 것은 원유 ETF이다. 세계 최대 원유 ETF인 United States Oil Fund LP (USO)는 4월 초 긴급하게 포트폴리오 변경을 결정했다. 기존 USO는 100% 근월물만을 담고 있었다. 근월물이 만기에 도달할 때마다 매월 롤오버(만기 연장) 하는 방식으로 다음 근월물로 옮겨 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5월물 가격이 심상찮게 움직이면서 USO는 4월 초 근월물과 차근월물 비중을 8:2로 조정했고 이는 실제 4월 하순 유가 대폭락이 현실화되면서 선견지명 있는 조치였음이 확인되었다.
USO는 이에 멈추지 않고 이번 달 총 4차례에 걸쳐 더 폭넓은 포트폴리오 분산을 단행했다. 만약 WTI 6월물 마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면 USO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USO는 6월물 16.5%, 7월물 36.3%, 8월물 18.4%, 9월물 18.6%, 그리고 10월물과 12월물을 각각 5.1%씩 보유하고 있다. 근월물 원유 ETF를 대표했던 USO는 불과 2주 사이에 완전히 다른 구조로 전환되어 버린 것이다.
코덱스 원유 ETF의 리밸런싱
이 파장은 국내 ETF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국내 최대 원유 ETF인 KODEX WTI 원유선물(H)은 USO를 벤치마크하는 종목이다. 당연히 4월 초까지는 근월물만을 100% 보유하고 있었고 4월 초 USO가 포트폴리오를 변경하자 KODEX WTI원유선물(H) 역시 근월물과 차근월물의 비중을 8:2로 변경했다.
4월 하순으로 접어들며 USO를 따라 다시 한번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조정해 현재 KODEX WTI 원유선물(H)에는 6월물, 7월물, 8월물, 9월물이 각각 28.3%, 33.2%, 21.0%, 11.4% 담겨있다. 아마도 여기서 끝이 아니고 원유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수시로 리밸런싱(비중 조정)에 나서게 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월물을 갈아탈 때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롤오버 시 항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가 하락이 극심해 콘탱고(근월물보다 원월물 가격이 높은 상태)가 나타나는 국면에서는 롤오버는 비용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KODEX WTI 원유선물(H)의 경우도 이번 리밸런싱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한 상황이다. 당연히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으나 급박했던 최근 원유시장 사정을 생각한다면 운용사의 비상조치를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향후 원유 ETF 투자 선택은?
그렇다면 향후 이들 원유 ETF는 어떻게 될 것이며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을까?
문제의 모든 해결책은 오직 국제유가의 방향성이 쥐고 있다. 유가가 상승한다면 포트폴리오 구조가 어떠하든 원유 ETF의 가격도 상승하게 될 것이다. 5월 1일부터 산유국들의 감산이 시작된다.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 역시 이미 생산량 감축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5월 중순 이후 미국과 유럽이 조금씩 경제활동 재개를 시작할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현재 국제유가를 최저점에 근접한 가격으로 판단할 근거는 충분하다. 다만 5월 중으로 전 세계 모든 원유저장시설이 완전히 채워지는 일명 탱크톱(tank top)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유가가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가 되었든 유가는 결국 정상화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원유시장을 충분히 보수적으로 바라보되 투자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