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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넉달째 최대인데…외평채 발행의 '명암'[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0- 10- 07- 오후 07:16
© Reuters.  외환보유액 넉달째 최대인데…외평채 발행의 '명암'[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200억달러(약 498조원)를 웃돌아 넉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부가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면서 나라 금고에 달러와 유로가 늘어난 영향이다. 외환보유액이 최대를 기록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원화가치는 상승)를 보이면서 원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외평채 발행이 필요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9월 말 외환보유액이 4205억5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15억9000만달러 늘었다고 7일 발표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 기록은 6월부터 넉달 연속 갈아치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9일 10년 만기 달러화 외평채 6억2500만달러어치와 5년 만기 유로화 외평채 7억유로를 모두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했다. 외평채 발행이 외환보유액을 불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달러화 채권의 발행금리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에 0.5%포인트를 가산한 연 1.198%에 발행했다. 유로화 채권의 금리는 연 -0.059%로 발행하는 등 외평채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발행에 성공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4190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3조1646억달러)이 1위이며 일본(1조3985억달러)과 스위스(1조125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현재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3월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보유액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몇 가지 기준을 적용해 보더라도 지금 수준은 대체로 적정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외환보유액이 지난 3월에 비해 대폭 늘어난 가운데 외평채 발행 실효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도 내려가고 있는 만큼 외평채를 발행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지난 3월 19일 1285원70전까지 치솟아 올해 최고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꾸준히 내림세를 이어갔다. 외평채 발행 후인 지난달 18일에는 1160원 선까지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는 1150~1170원 수준을 맴돌고 있다. 연간 외평채 이자비용만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굳이 더 발행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발행한 외평채 가운데 유로화 채권은 마이너스 금리지만, 달러화 채권은 미 국채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은 수준에 발행했다. 달러화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 상당액을 미 국채로 운용하는 만큼 역마진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는 외평채의 효과가 적잖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외평채 발행 직후 페이스북에 그 효과에 대해 길게 적기도 했다. 유로화 외평채의 경우 비(非)유럽 국가의 유로화 국채 충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하면서 국가 신용도를 재평가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평채 발행금리가 낮아지면서 뒤이어 외화자금 조달에 나선 한국수출입은행 등 조달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외평채 발행의 명암이 적잖은 만큼 앞으로는 손익과 환율 흐름을 엄격히 계산하고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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