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2000선이 다시 깨졌다. 3일 코스피지수는 16.30포인트(0.81%) 내린 1993.70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0이 깨진 것은 작년 10월29일(1996.05)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016년 12월7일(1991.89)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안 좋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1분기 실적 추정치를 낮추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5개월 만에 최저치
이날 코스피지수는 기관투자가의 ‘팔자’ 공세에 장중 1990선을 위협받았지만 막판 외국인 매수세에 가까스로 반등했다. 기관은 이날 168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4거래일 연속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이 기간 기관은 1조180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기관은 이날 선물시장에서도 106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전날 2331억원어치 순매수에서 방향을 틀었다. 코스피200 선물을 매도했다는 것은 국내 증시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정보기술(IT)주와 바이오주의 하락세가 가팔랐다. 삼성전자가 1150원(2.97%) 하락한 3만76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4.79%), 셀트리온(-1.86%) 등의 하락폭도 컸다. 한 펀드매니저는 “IT와 바이오 업종에 강점을 보이던 자산운용사가 매물을 내놓으며 관련 종목이 조정받았다”며 “펀드를 정리한다는 소문에 다른 기관들이 미리 매물을 내놓아 하락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16년 2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9% 줄어드는 등 중국 경기가 급격히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애플이 실적 추정치를 낮춘 것도 투자심리 악화에 불을 댕겼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애플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의 실적 추정치도 낮아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가 겹쳐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유틸리티 통신株 등이 피난처”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기업의 실적 전망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전에 비해 10.1% 하향 조정됐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5.5% 낮아졌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속도로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며 “개별 기업,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적인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외 악재도 여전하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장기화 등에 따른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식보다는 채권, 주식 중에서는 방어주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틸리티, 통신 등이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소차,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지수와 상관없이 테마로 움직이는 업종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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