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포스코 각각 1조원, LG유플러스 9900억원, SK하이닉스 9800억원…. 모두 작년에 발행된 회사채 금액이다. 건당 5000억원 이상 발행 거래만 30건에 육박했다.
우량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뭉칫돈이 안전한 고정수익 상품을 찾아 회사채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저금리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기업 수요와 맞물려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5000억원 이상 발행 27건
3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수요예측(사전청약)을 거쳐 발행한 265건 약 55조원어치의 회사채 가운데 10%가 넘는 27건이 건당 5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16건(전체의 7%)과 비교해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17년엔 네 건(2%)에 불과했다.
과거 단기간에 소화하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1조원 규모 발행 거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LG화학이, 10월에는 포스코가 한 번에 1조원씩 현금을 조달해갔다. 2018년 2월 LG화학이 처음 1조원 발행 기록을 달성한 이래 역대 두 번째와 세 번째 기록이다. 여기에 LG유플러스, SK하이닉스, 우리금융지주(8700억원)까지 역대 발행금액 상위 여섯 거래 가운데 다섯 개가 2019년에 이뤄졌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담 임원은 “풍부한 기관 수요 덕분에 과거 수차례로 나눠 발행해야 했던 대규모 회사채를 한번에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신용등급 상위 네 번째인 AA- 이상 기업은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언제든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역대 최대 수요예측 경쟁률
작년에 발행을 마친 기업들이 수요예측에 앞서 밝힌 회사채 모집금액은 총 37조6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금액은 총 149조9500억원으로 46% 급증해 경쟁률은 사상 최대인 2.0 대 1을 나타냈다.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은 2015년 1.8 대 1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매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시장 금리의 하락 추세로 회사채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량 회사채는 원금 손실 위험이 매우 낮고, 국고채 대비 소폭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한국은행은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춘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수요예측에 가장 많은 돈이 몰린 거래는 작년 3월에 발행한 LG화학 회사채다. 처음 5000억원을 모집한 결과 사상 최대인 2조6400억원이 몰려 당초 계획의 두 배인 1조원어치를 발행했다. 작년 10월 포스코의 1조원어치 발행에는 두 번째로 많은 2조6200억원 규모 기관 수요가 참여했다.
○최고 경쟁률은 대림코퍼
기관투자가들의 물량 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종목은 대림코퍼레이션이었다. 작년 1월 28일 발행에 앞서 500억원어치에 대해 투자자를 모집한 결과 8180억원이 참여했다. 경쟁률은 16.4 대 1로 2012년 수요예측 시행 이후 가장 높았다. 2위는 AJ렌터카의 5월 발행물이다. 1000억원 모집에 1조3400억원어치 수요가 몰렸다. 2018년 SK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늘어난 투자 수요에 힘입어 역대 2위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작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늘어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많은 우량기업이 필요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추가적인 차입 욕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풍부한 투자 수요에도 불구하고 모집금액 대비 많은 금액을 발행하는 사례가 작년 초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마무리 단계라 필요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이 2019년과 비교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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