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및 기업공개(IPO) 방식으로 잇따라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서 SK이노베이션 등 5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만 1조2000억원을 웃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정유·화학업종 내 SK이노베이션(5000억원) SK루브리컨츠(2400억원) 롯데케미칼(2000억원) 여천NCC(2000억원) 금호석유화학(700억원)이 회사채를 찍어 총 1조2100억원을 확보했다. 이들은 기관투자가의 ‘사자’ 주문이 몰리자 줄줄이 당초 예정보다 발행 규모를 늘렸다.
지난 12일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한 롯데케미칼은 원래 1000억원어치만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에서 8300억원어치 주문이 들어오자 발행 규모를 2000억원으로 늘렸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채 수요예측에 총 1조59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 규모를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렸다. 금호석유화학도 당초 모집계획(500억원)의 7배를 넘는 385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자 발행 규모를 700억원으로 키웠다.
투자금이 몰리면서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를 연 2.37~2.682% 금리로 발행해 지난 12일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금리 연 3.57%짜리 2100억원어치)를 갚았다. 상환을 통해 연간 25억원어치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것이란 게 증권업계 추산이다. 금호석유화학도 19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신규 발행물량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 4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한다.
IPO 시장에서도 정유·화학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활발하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지난달 통과한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은 내년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신한프라이빗에쿼티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을 대상으로 8000억원 규모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해 2019년까지 SK인천석유화학 상장을 추진하거나 웃돈을 얹어 RCPS를 되사주기로 약속했다.
자본시장에서 이들의 인기가 치솟은 것은 최근 3년여간 호황이 이어지면서 ‘안정적 투자처’라는 인식이 확산된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정유·화학업종 상장사 22곳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총 22조4437억원으로 작년보다 3.93% 많다.
일각에서는 정유·화학기업들이 확보한 자금으로 설비 투자를 확대할 경우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주요 화학기업의 투자내역 등을 살펴보면 화학업황이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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