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 상황이 시작되는 겁니다. 5년 후에는 전 국민이 위기를 감지할 것이고 10년 후엔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사진)은 지난 2월 취임하면서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인구 소멸’을 들었다. 경사연 이사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정부 산하 26곳의 ‘싱크탱크’를 진두지휘하면서 국가가 직면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정부에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국가 대표 브레인’의 자리다. 그런 그가 꼽은 한국의 위험요인 1순위는 저출산·고령화였다.
성 이사장은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시간 내내 ‘대단히 위험하다’는 말을 10여 차례 반복했다. 이사장에 취임하던 올 연초와 비교해도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고 심각해졌다고 했다. 성 이사장은 “올 한 해 고용부진과 소득 양극화, 자영업 침체 등이 두드러진 데는 최저임금 등 복합적 이유가 있지만 인구 고령화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인구 구조가 대한민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진파의 속도가 변화하는 등 전조 현상이 나타나듯 우리나라도 충격에 앞서 사전적인 신호가 나타났다”고 했다.
“인구가 감소세를 유지하면 세수가 줄고 재정 부담이 커지며 고령자 복지는 줄어듭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부실해지고 생산인구가 줄면서 경제가 나빠지는 악순환을 그리죠. 우리는 게다가 그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성 이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 조세부담이나 연금체계로 과연 감당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의 폭락도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라고 봤다.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고 기업과 금융이 무너지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한국에서 재연될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성 이사장은 “한국의 자산 가격 폭락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더 위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 이사장은 출산수당, 아동수당 등 나열식 재정지원책으로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 고용률과 소득 수준을 끌어올려 결혼을 유도하는 데 1차적 목표를 두고 이후 국가나 사회의 육아 위탁 역량을 향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년을 추가 연장하고 출산, 육아휴직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등 국가 기업 가정이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이사장은 55~75세 연령대를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고 했다. “50대 후반~60대 초반에 퇴직하지만 실제 노동에서 벗어나는 시기는 70대 중반”이라며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인재은행이나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고령층의 사회적 안전망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늙어가는 한국…4명 은퇴할 때 2명 경제활동 시작, 1명 태어난다
내년부터 '경제인구 절벽'…年 88만명 은퇴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국가 재난 상황 시작…10년 후 엄청난 충격 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