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전기자동차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장치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배터리의 온도나 전압, 충전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전송하는 BMS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중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코리아 대표(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BMS가 무선화되면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TI도 최근 ‘무선 BMS 솔루션’을 출시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각형 배터리는 100개 안팎, 원통형은 최대 4000개 정도가 전기차에 탑재된다.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할 뿐 아니라 전해질 유출로 폭발할 수 있는 만큼 배터리를 안전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크다. 현재 대부분의 BMS는 배터리팩과 전기차 제어장치 등을 ‘케이블’로 연결한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 사이에선 케이블을 없앤 ‘무선 BMS’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박 대표는 “무선 BMS를 채택할 경우 전기차 무게 감소로 이어져 주행거리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팩을 연결하는 케이블과 커넥터, 절연 부품을 없앨 수 있어 주행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솔린 차 중량을 줄여 연비를 향상시키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유지·보수 비용이 줄고 차량 설계가 쉬워진다는 것도 무선 BMS의 강점으로 꼽힌다. 일반 BMS를 장착한 전기차에 사고가 발생해 배선이 끊어지면 전체 배터리 팩을 바꿀 수도 있지만 무선 BMS를 장착하면 교체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는 게 TI 측 설명이다. 박 대표는 “무선 BMS는 차량 유지·보수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케이블을 제거한 공간에 배터리셀을 더 배치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무선 BMS가 유선 BMS에 비해 통신성능과 보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기우’라는 게 TI 측 설명이다. 박 대표는 “TI의 무선 시스템은 다양한 연결 방해 요인과 잡음이 존재하는 도로 위에서 전기차가 최대 성능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TI의 무선 BMS가 글로벌 평가기관인 ‘TV SD(티유브이 슈드)’로부터 안전성 관련 최고 국제표준인 ‘ASIL D’ 요건을 충족한다는 인증을 업계 최초로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 모니터링과 밸런싱을 담당하는 집적회로(IC)가 시스템 잡음을 체크하고 이 정보를 마이크로컨트롤러(MCU)에 안정적으로 전달한다”고 덧붙였다.
통신 보안과 관련해서도 박 대표는 “TI의 무선 BMS 프로토콜은 암호화 기술들을 통해 네트워크 안전성을 높였다”며 “특히 블루투스, 지그비 등 기존 프로토콜들과 비교했을 때 보안성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제조사의 관심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구체적인 회사명을 밝힐 수 없지만 주요 전기차 제조업체 및 1차 협력사들과 긍정적으로 (납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재고 관리 등을 통해 고객사에 무선 BMS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I는 반도체 온라인 구매를 위한 ‘원화 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정도로 공급망 관리에 강점을 갖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배터리 소재 움켜쥔 中…이번엔 망간 '무기화'
방황하는 중국 전기차 신세력, 투자 시점은? [강현우의 차이...
고성능 전기차 타이칸의 놀라운 주행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