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심사에서 정부 일자리 창출 사업이 줄줄이 칼질 대상에 오르고 있다. 아르바이트 수준의 단순·단기 업무 근로자를 양산하는 ‘가짜 일자리’ 논란 사업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는 야당과 원안대로 관철시키려는 정부와 여당이 연일 충돌하면서 가뜩이나 늦어진 예산심사는 더욱 시간에 쫓기고 있다. 결국 대부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소(小)소위’로 넘어가면서 ‘주고받기식 밀실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취업수당 예산’만 30분 공방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전날 고용노동부 감액심사에서 ‘취업성공패키지 지원사업’ 예산 삭감 여부를 놓고 30분 넘게 공방을 벌였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저소득층, 미취업 청장년층 등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상담,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취업성공수당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4122억원이 편성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나쁜 단기 일자리에 해당하는 사업”이라며 예산 절반 삭감을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예산이 삭감되면 청년 고용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정부안 유지를 주장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취업한 근로자 가운데 월급 200만원 이하가 62.9%에 달했고, 근속 기간 1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그만둔 비율도 51.4%였다.
야당은 고용보험 가입 여력이 없는 신규 실업자의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고용보험 미수혜 취약계층 지원’ 예산 245억6000만원도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고용률을 높이는 것과 상관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논의 끝에 60억원 삭감으로 결론났다.
“‘복사 일자리’ 사업에 돈 못줘”
다른 정부 부처와 기관에 대한 예산심사에서도 ‘가짜 일자리 사업 솎아내기’가 줄을 이었다.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예산소위 감액심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실험실 창업 이노베이터 육성 지원사업’(15억원)에 전액 삭감 의견을 냈다. 실험실 창업 전문가 육성을 명목으로 미취업자에게 5개월 동안 수당을 주며 창업 관련 교육을 해주는 사업이어서 야당은 단기 일자리 사업으로 분류했다. 과기부가 “단순 일자리 사업이 아니다”고 항변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소소위로 넘어갔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 감액심사에서는 ‘창의예술인력 양성사업’ 예산 71억원에 대해 전액 삭감 의견이 나왔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교육사, 청년디자인 등 6~9개월짜리 인턴 월급으로 예산 대부분이 사용된다. 이 사업은 논의 끝에 25억원 삭감으로 결론이 났다. 22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감액심사에서는 ‘경제인문계 인턴십 운영지원사업’ 예산(56억원)의 삭감을 놓고 여야가 논쟁을 벌이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소소위로 넘겼다. 야당 의원들은 “복사 등 단순 업무를 하는 인턴을 채용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SOC로 예산 돌리자”
단기 일자리 사업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5일 국토교통부 감액심사에서는 건축·토목·디자인 등 도시재생 관련 분야에서 청년인턴 채용 비용을 지원하는 ‘도시재생건축 인턴십사업’(65억5000만원)에 대한 전액 삭감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심사에서 안상수 예결특위 위원장(한국당)은 “이런 것을 삭감해 SOC에다 붙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도 “공공일자리를 하나 만들면 민간일자리 하나 반이 날아간다”며 “여당이 일부 양보해달라”고 거들었으나 민주당 측이 거부하면서 심사가 보류됐다.
임도원/박종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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