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여세린 기자] 국내 5대 은행이 지난 3년간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해 7000억 원에 가까운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ELS 판매 수수료를 통해 얻은 이익은 총 6815억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1만2000선을 넘어 최고점을 경신한 2021년에 관련 상품 판매 호조로 2806억9000만 원의 이익을 냈다.
2022년과 지난해(3분기 누적)에는 각각 1996억9000만 원, 2011억9000만 원을 벌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의 흐름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증권사가 ELS를 설계·발행하면 은행들은 이를 가져와 주가연계신탁(ELT)이나 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판매한다.
은행은 판매 과정에서 ELT의 경우 보통 판매액의 1%, ELF에서는 대면과 비대면 판매액의 각 0.9%, 0.7%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낸다.
은행이 ELS 상품을 판매하며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거둔 반면, 가입자는 원금이 반토막 나는 등 큰 손실을 입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가운데 지난 2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것은 총 7061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은 3313억 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1%에 이른다.
H지수가 5000을 하회했던 지난달 말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 무려 60%에 육박했다.
문제는 올해 15조4000억 원에 달하는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지난 2일 기준 H지수는 5219를 기록하며 2021년 당시 고점(약 1만 2000)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면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 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은행들은 관련 ELS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주에는 국민·신한·하나은행이 모든 ELS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고,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초부터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ELS를 팔지 않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은행에서 ELS가 완전히 사라질지 아직 단언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은행에서는 ELS의 수익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이자 장사'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꾀하는데, ELS 수수료 이익을 모두 포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국이 이달 중에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 그 지침에 따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판매가 재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