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박남숙 기자] 새해부터 주요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서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다.
지난 1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이들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에서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원금 2105억원을 대입하면 손실률은 50.7%에 달한다.
문제는 홍콩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손실이 수조원대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소식은 H지수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H지수가 현재 5500포인트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2021년 상반기 H지수 수준을 고려하면 50% 이상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상반기 만기 도래분 10조2000억원을 대입, 단순계산시 손실은 5조원에 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ELS 손실에 책임공방도 치열하다.
금융당국은 불완전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들의 법규 위반 등에 대해서 강력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사가 무리하게 판매를 종용했다는 전제를 깔고 조사하겠다는 얘기다.
금융사들은 다소 억울한 측면도 존재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과거 ELS 상품의 수익률을 보면 전부 플러스였다.
플러스 수익률로 조기 또는 만기 상환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ELS는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상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실제로 홍콩H지수 추종 ELS 상품의 재가입률은 80% 이상으로 과거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게 사실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만약 불완전판매 사실이 인정되고,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당연히 (판매사는)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금융사들 역시 고객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사별로 ELS 상품을 판매할 때 자체 기준과 매뉴얼이 있다”면서 “투자 상품에는 손실이 따를 수 있는데, 이 분위기에 편승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 상품의 특성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모든 책임을 금융사에만 묻는 건 과하다는 얘기다.
금융사의 일부 불법적인 판매 사례를 침소봉대 키워 마치 마녀사냥 하듯이 책임을 전가하는 게 맞냐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