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증시가 4분기에는 살아날까. 증권가에서는 지난 3분기 중국 정부의 연이은 경기부양책 발표의 영향으로 4분기에는 중국 경기와 증시가 모두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연초 대비 상해종합지수와 심천종합지수의 수익률은 –5~0%로 약보합세다. 이는 전세계 증시가 같은 기간 6% 이상 상승한 것과 비교해 매우 저조한 성과다
전세계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 주식투자 수익률을 측정하는 벤치마크인 FTSE Global All Cap 지수는 연초이후 6.5% 상승했다.
작년 10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 3연임에 성공하고 11월에 제로코로나 정책을 철회하면서 시장은 중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소극적인 정책에 머물렀다. 중국 중앙은행은 작년 8월부터 유지했던 기준금리 3.65%를 올해 5월이 돼서야 3.55%로 0.1%포인트(p) 인하했고, 한국과 미국처럼 경기 부양을 위한 소비쿠폰 등을 발행하지도 않았다.
이렇다 할 부양책 부재 속 중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3%를 달성했다. 이는 1분기 경제성장률 4.5%, 중국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5% 내외를 웃도는 수치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못 미친 수치다.
당초 블룸버그통신 등 언론과 국내외 기관들은 작년 2분기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및 주요 도시 봉쇄조치에 따른 기저효과(22년 2분기 경제성장률 0.4%)에 리오프닝 효과까지 더해져 올 2분기에는 7% 안팎의 성장률을 실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7월에 2분기 성적표가 발표되자 심천지수와 상해지수는 8월말까지 각각 8.3%, 5.4% 떨어졌다.
분위기 반전이 시작된 건 7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였다. 리오프닝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중국 당국은 각종 통화·재정·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증권가는 부동산 시장이 예전처럼 우상향 하지는 않겠지만, 소비가 살아나면서 중국 경기가 다소나마 반등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바닥 다지는 부동산
그간 중국 경제에 빚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란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투자중심의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과도하게 신용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경제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2000~2010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4%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총통화 증가율은 17.8%에 달했다.
이렇게 급증한 유동성은 부동산가격 상승 및 과잉투자를 초래했다.
실제로 중국의 GDP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10년 117.8%에서 2016년 159.5%로 급증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6년부터 부채축소 정책을 펼쳤고, 부채비율은 2019년 149.4%까지 내려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중국의 부채축소 정책은 주춤했으나, 2021년 ‘3개의 레드라인’ 정책을 기점으로 부채축소가 다시 시작되면서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불거졌다.
3개의 레드라인 정책이란 인민은행과 주택건설부에서 실시한 정책으로 ▲선수금을 제외한 부채비율 70% 이하 ▲순부채비율 100% 이하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부채비율 1 이하인 개발업체에게만 정상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정책이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살리려고 했으면 대놓고 도와줬을 것이고, 헝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을 싫어하고, 구조조정을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실 개발사 정리가 2~3년 동안 지속되겠지만, 부동산 거래든 가격이든 내년에 일단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우상향하지는 않겠지만,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다질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7월 이후 부동산 거래 보장 대출 지원 실시 기한 연장, 지역별 개인 대출금리 및 첫 주택 가계 선불 계약금 인하 장려, 과거 주택 소유 이력 및 주택 대출기록과 상관없이 생애 첫 주택으로 간주 등 다양한 부동산 정책 등 35개 이상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전년 대비 중국 주택가격은 전년도 12월 –1.6%를 저점으로 올해 9월 –0.1%로 하락폭이 축소됐다.
꿈틀대는 소비 심리... 중국 기업, 4분기 주당순이익↑
김 연구원은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에 따라 소비도 감소하는 역자산효과가 이미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싸진 물가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소비가 4분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올해 3월부터 1% 이하에 머물고 있고, 7월부터 기준금리 추가 인하(3.55%→3.45%), 전기차 취득세 감면 정책 연장, 소비 회복과 확대를 위한 일련의 조치 등이 차례로 발표됐다.
실제로 중국판 하이마트인 수닝이거우에 따르면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 가전제품 판매액이 전년보다 112% 증가했고,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2로 나오면서 6개월만에 경기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 대상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PMI는 관련 분야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각각 의미한다.
월간 GDP 성장률 또한 7월 4.4%에서 8월 5.4%로 반등했다.
하나증권은 소비가 반등하고 쌓여있던 재고가 소진되면서 기업들이 투자하는 선순환이 발생함에 따라 4분기 중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부동산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경기가 확장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 지금보다 주가가 레벨업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