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종효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을 깨고 전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하지만 ECB가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를 시사한 데다, 물가 상승세 둔화 추세와 부진한 경기를 감안하면 금리 인상은 마무리 단계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 ECB, 9월 정책금리 25bp 인상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간 14일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4.25%에서 4.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연 4.00%와 연 4.75%로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ECB는 이번 인상으로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셈이다.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적시에 도달시키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물가 전망치는 에너지 물가 반등을 우려해 6월 대비 상향 조정하였고, 근원 물가 전망은 소폭 하향 조정했다.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수요 및 투자 감소와 서비스업 둔화에 따라 앞으로 몇 달 간 경기 하방 압력이 강할 것이라 언급했다.
◇ 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 높아
당초 시장은 ECB가 이번달에는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의 직전 금리 인상 예상이 높아지긴 했으나, 지난주까지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확률을 약 35%로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상을 깬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금리 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는 비둘기파(통화완화)로 해석되어 유로존 국채 단기금리 보합, 장기금리 하락, 유로화 약세로 이어졌다.
ECB가 통화정책 성명문을 통해 ‘ECB 정책금리가 현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라고 명시하는 등 이번 금리인상 이후 동결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양지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5년 4분기 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한 것은 동결기조 전환을 시사한 것"이라며 "매크로 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면 추가 금리인상의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 단기간 금리인하 가능성 제한적
이제 시장의 관심은 ‘현 정책금리가 얼마나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인지’다.
시장은 내년 상반기 중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금리인하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지성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동결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경기 둔화가 심화된다면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고 물가상승률이 내년 2분기까지는 2% 중반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까지 금리인하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세 둔화 추세와 부진한 경기를 감안하면, 금리 인상은 마무리 단계"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근원 물가 둔화가 더디고 유가 반등으로 에너지 물가 상승압력이 강해졌으며, 임금상승률도 높아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시장은 추가 인상 불확실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