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KS:005930) 평택 반도체 사업장. 사진= 삼성전자
엔비디아 (NASDAQ:NVDA) 발 반도체 훈풍으로 삼성전자가 14개월만에 칠만원선을 넘어서면서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부진했던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장중 7만원선을 넘어서며 4거래일 연속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5월 31일 7만2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2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며 7만900원까지 내려왔으나 연초 5만5300원에 비해 28.21% 상승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칠만전자’로 돌아온 것은 지난해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무려 14개월만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시기 주식 시장 활기에 힘입어 2021년 1월 15일 장중 9만6800원까지 오르며 ‘십만전자’를 목전에 뒀으나 이후 고꾸라졌다. 특히 지난해 9월 30일에는 5만1800원까지 떨어지며 6만원 전후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의 가파른 상승에는 엔비디아 발 반도체 훈풍이 기여했다. 엔비디아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HBM 등 AI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덕이다. 엔비디아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9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엔비디아가 발표한 1분기 매출은 매출은 71억9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였던 65억2000만 달러보다 10% 가량 높았다. 2분기 예상 매출 역시 약 110억달러로 역시 시장 예상치(71억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며 미국 반도체 주식 지표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4일 종가에 비해 13.6% 상승했다.
증권가는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 키움증권 등은 지난달 말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대에서 9만원, 9만5000원 등으로 10% 이상 줄줄이 상향했다.
반도체 산업 사이클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데 시장 의견이 모아지면서 하반기 반도체 사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감산을 결정하면서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고 D램 등 가격이 안정되면서 영업이익률이 회복되리라는 기대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상회하는 2분기 출하, 하반기 재고 하락 가속화 및 이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축소 등으로 인해 시장은 올해 메모리 사업이 적자라는 부분보다 내년의 턴어라운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4분기 메모리 가격 반등에 이어 내년 1분기 메모리 사업 흑자전환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역시 “2분기 D램 출하량이 예상 웃돌면서 3분기부터 감산에 따른 공급축소 효과가 본격화되고 3분기 아이폰15, 4분기 PC, 서버 순으로 반도체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며 “설령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더라도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만으로도 D램과 낸드플래시 수급은 균형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것처럼 올해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꾸준히 베팅하고 있다. 5월까지 외국인의 올해 코스피 순매수 자금 15조5646억원 중 10조가 삼성전자로 몰렸다.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9월 49%대까지 떨어졌으나 현재 52% 넘게 회복했다. 다만 개인은 같은 기간 8조원 넘게 삼성전자 순매도해 온도차를 보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능력과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이번 반도체 침체 사이클 이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이유다.
단기적으로 지금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HBM, DDR5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기대가 현재로서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AI사업에 대한 경쟁적 투자로 고용량 DDR5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D램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DDR수요는 더욱 안 좋아졌다”며 “AI 서버 투자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퍼블릭 클라우드 등 서버 전체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반도체 업종의 선행 PER이 과도하게 높은 상태라 선행 EPS가 개선되지 않고는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업종의 내년 선행 PER는 최근 급등으로 인해 15배 수준으로 상승해 과거 반도체 업종들의 2년 선행 PER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