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가 글로벌 빅테크 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구글이 람다 기반의 바드에 이어 프로젝트 메자이를 가동하는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구글이 160명의 직원을 투입해 프로젝트 메자이를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순차 가동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핵심은 검색엔진에 AI를 덧대는 전략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순차 서비스에 돌입하며 연말 3000만명의 이용자를 모은다는 각오입니다.
구글의 이례적 속도전...왜?
구글은 알파고의 딥마인드를 통해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한 바 있습니다. IBM의 왓슨, 마이크로소프트(MS)의 테이 등 다양한 AI 전략들이 줄줄이 좌초되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AI 로드맵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불과 지난해에는 AI 람다의 영혼 존재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구글의 AI 시장 지배력은 강력했습니다.
판이 흔들린 것은 지난해 말 오픈AI가 GPT 기반 AI 챗봇인 챗GPT를 공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등장과 함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챗GPT가 각광을 받으며 구글의 AI 기초체력이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여세를 몰아 오픈AI는 MS와 협력해 다양한 시너지 창출에 나섰습니다. MS의 검색엔진 빙, 나아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챗GPT를 지원하자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 장악력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커졌습니다.
구글은 결국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챗GPT에 대항하기 위해 내부 경계태세인 '코드레드'를 가동한 후 공격적인 AI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지난 3월 람다 기반의 바드를 출시하는 한편 연내 다수의 AI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구글의 이러한 속도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딥마인드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시장을 장악한 상태였지만 지금까지는 이른바 속도조절에 나선 바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구글은 한때 미 국방성과 프로젝트 메이븐을 통해 AI 군사 감시 시스템을 준비했으나 AI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로 결국 프로젝트를 폐기한 바 있습니다. 구글과 같은 빅테크에게 AI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었지만 동시에 '윤리 문제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AI라는 영역 자체가 윤리 가이드 라인 등에 있어 민감하기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변심 가능성에 '헉'
구글은 바드를 출시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AI 속도전은 계속되는 중입니다. 챗GPT가 검색엔진 시장까지 흔드는 상황에서 태평하게 AI 윤리 가이드 라인을 재정비할 시간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공포는 최근 삼성의 변심 가능성에 더욱 커졌습니다. 삼성이 스마트 디바이스의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MS의 빙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모바일에 국한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만약 삼성이 갤럭시의 기본 검색엔진을 빙으로 변경할 경우 구글은 30억달러에 달하는 계약비용을 허공에 날리는 한편, 추후 모바일 검색엔진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황이 심각해질경우 올해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는 애플과의 200억달러 계약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만약 삼성에 이어 애플까지 빙에 빼앗긴다면 구글의 검색엔진 점유율은 크게 하락할 전망입니다.
구글이 바드에 이어 프로젝트 메자이까지 가동한 배경입니다. 자사 검색엔진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별도의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과 애플의 이탈을 막으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글과 삼성의 속사정
구글은 검색엔진의 강자로 군림하며 디지털 광고시장을 석권하는 한편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를 통해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글, 즉 알파벳의 다양한 혁신은 여기에 기반을 둡니다. 알파벳은 디지털 광고시장 장악 및 검색엔진 시장 장악력과 안드로이드 제국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후 이를 디지털 헬스 및 AI, 클라우드와 같은 신기술에 투자하는 중입니다. 여기서 챗GPT가 검색엔진이라는 구글의 중요한 캐시카우를 뒤흔드는 셈입니다.
특히 삼성의 변심 가능성에 부랴부랴 프로젝트 메자이를 가동하는 장면은 묘한 뒷 맛을 남기기도 합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제국을 건설하며 하드웨어 파트너로 삼성을 낙점한 바 있습니다. 운영체제인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맡고 삼성은 하드웨어 동맹군의 맹주였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독립을 추진했고 그 결과 바다, 최근까지 타이젠을 연이어 공개했으나 자체 생태계 구축에 실패했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구글의 강력한 견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실제로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공식석상에서 여러차례 삼성의 운영체제 독립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고 심지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두 회사의 미묘한 관계는 챗GPT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단독 운영체제의 꿈은 꾸지 못했으나, 약간 다른 영역이라고 해도 빙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며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전망입니다.
물론 삼성이 빙을 선택한다고 안드로이드 제국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닌데다 빙과 손을 잡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구글 입장에서 챗GPT의 등장으로 강력한 하드웨어 동맹군인 삼성이 자사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구글을 제외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제국의 균열 가능성을 시사하는 역대급 공포임에 분명합니다.
구글 바드가 서비스되고 있다. 사진=갈무리
구글의 고집
구글은 어떤 방식으로든 AI 속도전을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색엔진 시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챗GPT와 빙의 만남과는 다를 것'이라는 고집입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검색엔진에 AI를 넣는 방향을 고민하면서도 MS와 빙의 방식인 AI챗봇이 아니라 검색결과에 AI 추천어를 넣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검색엔진 고도화의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챗GPT와 빙이 말 그대로 이용자의 궁금증을 끌어내는 대화 방식의 챗봇을 택했다면, 구글은 기존 검색엔진 문법에 AI를 넣어 답변의 세밀화를 택했다는 뜻입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AI챗봇이 구글의 검색 사업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포털 검색결과에 AI 기능을 지원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의 이러한 고집을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구글이 챗GPT와 빙의 만남으로 탄생한 AI챗봇 전략을 기계적으로 의식한 감정적 대응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체적으로는 검색엔진 전반에 대한 접근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로 빙은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이 지극히 낮은 상태고, MS 자체가 AI를 빙에 이어 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 전반에 녹여내는 반면 구글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B2C 포털의 원형을 구축한 곳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MS는 챗GPT와의 연대를 통해 코파일럿 등 기업 생산성 및 클라우드, 포털로 이어지는 엔터프라이즈 인프라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에 빙에 있어 결과물의 고도화를 끌어낼 수 있는 AI챗봇을 택했고 구글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이제 경쟁이 시작된 상태라 예단할 수 없고, 두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른데다 극단적으로 말해 전술의 변화도 가능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있던 포털은, 이제 AI라는 특이점을 만나 전혀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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