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진= 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이동희 기자]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외국 기업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겨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이를 초래하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배구조(G·거버넌스) 문제를 근본적 이유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및 영업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 등이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지만,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주식 가치 괴리를 불러일으키는 지배구조(G) 문제가 더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이 높은 '알짜 사업'을 물적분할해 다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잦아지면서, 자회사 지배력과 사업자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주주와 달리 기존 모기업 소액주주들은 주식가치가 훼손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상호출자제한집단) 가운데 국내 증시의 복수상장 비율은 8.5%(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 이는 미국(0.5%)을 비롯해 독일(2.1%), 프랑스(2.2%), 일본(6.1%)과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복수상장의 대표적인 사례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화학은 지난해 2차전지 사업부를 떼어내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켰다. 한 때 100만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되던 LG화학 (KS:051910) 주가는 자회사 상장 이후 내리막 일로를 걷더니 17일 오후 1시 현재 56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자료= 네이버 (KS:035420)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는 이날 "LG화학 주주들은 수년 전부터 2차전지 사업의 미래를 보고 가치투자를 했는 데, LG그룹은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을 신규상장시킴으로써 LG화학 주주들의 '뒤통수'를 쳤다"고 뉴스1 인터뷰를 통해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거버넌스가 투명하지 않으니 글로벌 거액 투자자들이 중장기 '가치투자'가 아닌 단기 차익거래만 한다"며 "매크로(대외변수)가 흔들릴 때마다 우리 코스피가 제일 많이 출렁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 외 상장회사에는 지배주주 관련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관행에 제한이 없다. 지배주주가 보유한 지분 양수·양도를 통해 이뤄지는 인수·합병(M&A)의 경우에도 피인수기업 주주 보호 절차가 미흡하다는 점도 개선해야 될 부분으로 거론된다.
앞서 지난 6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가 하락으로 모회사의 소수 주주가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배당하거나 공모단계에서 신주인수권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 하거나 또는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한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통해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쪼개기 상장하는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동희 기자 nice1220@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