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에너지 포항 도움산 풍력발전. 사진=대명에너지 미국발(發) 금리 인상 여파에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이같이 변동성이 큰 장에서도 증시 입성 3개월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뛴 코스닥 종목이 있습니다. '대명에너지'입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명에너지 (KQ:389260)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지난주에만 주가가 19.89% 뛰었습니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는 2.06% 하락했는데요. 대부분 내릴 때 홀로 질주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2일 기준 대명에너지의 종가는 3만2550원. 이는 공모가(1만5000원)를 117% 웃도는 수준입니다. 시초가(1만5450원) 대비로도 110% 뛰었습니다. 두 배 이상 주가가 뛴 셈이죠.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7.9% 내렸는데 말입니다. 지난 5월 16일 코스닥에 입성했는데 약 3개월 만에 이 같은 성적을 낸 거죠. 시가총액도 5534억원으로 훌쩍 뛰다보니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10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명에너지는 수요예측에서 실패해 기업공개(IPO)를 한차례 철회했던 IPO 재수생입니다. 처음 제시한 공모희망밴드는 2만5000~2만9000원이었는데요. 당시 '고평가'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회사 측은 실적도 상승세에 있었고,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앞세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졌던 시기라 시장의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죠.
오너일가의 구주 매출 비중이 40%에 육박했던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구주 매출 비중이 높다는 건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그리 달가운 요인은 아닙니다. 공모자금이 회사 운영보단 기존 주주들을 배불리는 데 흘러들어가기 때문이죠. 아니나 다를까 대명에너지는 기관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이 한자릿수에 그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맙니다. 결국 상장 계획도 보류하게 됐죠.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명에너지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 자료=한국거래소 두 달 뒤 공모가를 직전 대비 38~40%나 낮춰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섰지만 시장은 또 냉담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기관들은 고평가 논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는데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공모가는 결국 밴드(1만5000~1만8000원) 최하단인 1만5000원에 확정되게 됩니다. 당초 예상했던 공모가의 최상단이 2만9000원이었는데, 1만5000원이 됐으니 기대감이 반토막 난 셈이었습니다.
어렵게 코스닥에 입성했건만 대명에너지는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7% 급락하는 쓴맛을 보게 됩니다. 이후엔 유럽연합(EU)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발표와 같은 호재에 힘입어 주가는 최대 40%대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올 7월 들어 다시 공모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랬던 대명에너지가 올 8월부터 본격 상승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인플레 감축법의 수혜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법안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에 3750억달러(약 507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대명에너지는 국내 1위 민간 풍력 발전사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설계·조달·시공(EPC)부터 발전소 운영까지 사업하고 있습니다. 경쟁사가 없는 만큼 수혜 기대감이 더 커졌죠.
지난 1일엔 주가가 3만700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도 새로 썼습니다. 발트해와 인접한 8개국(에스토니아·핀란드·독일·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스웨덴)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으로 2030년까지 해상 풍력 에너지 발전량을 지금의 7배 늘리기로 합의했단 소식이 전해진 뒤 얘기입니다. 예상 발전량 규모는 20기가와트(GW) 수준으로 EU 전역에서 생산하는 해상풍력 에너지의 무려 2배 규모라고 하네요. 서종현 대명에너지 대표가 IPO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시장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자료=해당화면캡쳐 태양광 발전에만 적용되던 고정가격입찰제가 올 하반기부터 국내 풍력발전에도 도입되면서 앞으로 국내 풍력발전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정가격입찰제는 대명에너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20년간 고정된 가격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사와 계약을 맺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정부 정책을 비롯해 외부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인데요. 가격이 고정되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태양광 시장도 2016년 고정가격입찰제가 도입된 후 연간 설치량이 크게 확대된 바 있죠. 풍력발전 시장도 마찬가지로 해당 제도의 적용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내년부터 실적이 큰폭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내년 대명에너지가 매출액 1789억원, 영업이익 7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55%, 66% 증가한 수치입니다. 김천 및 백구풍력발전 등의 준공 완료에 따른 EPC 매출액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 증권사 안주원 연구원은 "특히 발전 부문은 고수익성 사업으로 매출 비중이 올라갈 수록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올 하반기 처음으로열릴 입찰 시장을 통해 양질의 수주를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의 질적 성장도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명에너지는 설계 기술 및 공사기간 단축, 통합관리운영시스템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갖추면서 발전 사업들을 초기에 선점하고 있는 만큼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볼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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