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와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현지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상장사들까지 불똥이 튀었다. 미얀마 국영기업과 합작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국내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받으면서다. 증권가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ESG규범을 준수하라는 목소리가 기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62% 하락한 2만2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24일(-7.59%) 이후 가장 큰 주가하락이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식 4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주가하락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시민단체인 ‘저스티스 포 미얀마’와 ‘슈웨 가스 무브먼트’ 등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한국가스공사,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가스전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지역주민 강제이주, 토지몰수, 강제노동 등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추가로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이 MOGE로 배당되는 과정에서 MOGE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군부로 흘러가고 있다며 관련 사업을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거론된 한국가스공사는 이날 1.51%의 조정을 받으며 3만2600원에 마감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 40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6050억원)의 73%에 해당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미얀마 상황을 예의주시중이지만 사업을 중단할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가스전 등 미얀마 사업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합리적으로 추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SG투자가 전세계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면서 이처럼 국제사회의 여론이 기업들의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탈석탄' 선언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물산은 핀란드의 노르키아 은행 등 유럽계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베트남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석탄 관련 사업을 중단하라"는 지속적인 요구를 받자 작년 10월 이사회를 통해 향후 국내외 신규 석탄 관련 사업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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