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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진단)-코스피 본격 조정 판단 이르지만 심상치 않은 주변 여건 변화

입력: 2021- 01- 12- 오후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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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월12일 (로이터) 이지훈 기자 - 전례 없이 거센 개인 투자자 매수에 웬만한 악재에도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던 서울 주식시장 코스피가 이틀째 대규모 개인 매수에도 버티지 못하면서 장기 조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날 5조원 가까운 개인 투자자 순매수에도 폭등과 급락을 반복한 끝에 소폭 하락 마감한 코스피는 12일 오후 현재 개인 투자자들이 2조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는데도 3% 넘게 하락폭을 키웠다.

삼성전자가 한때 3% 이상 하락하는 등 대부분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외국인은 5천억원 이상, 기관은 1.6조원 이상 각각 순매도해 개인 매수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정책 당국은 자산가격 급등에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으나, 채권시장과 주요국 정책 당국 움직임은 위험자산 가격에 부정적인 기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 개인 '패닉 바잉'

개인 투자자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스마트 개인' 평가까지 들으며 주가 상승을 이끌어 왔으며 올해에도 주가 랠리가 이어지자 관망세를 보이던 사람들까지 뛰어들며 조바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작년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47.5조원어치를 연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개인 투자자가 연간 순매수를 기록한 해는 2020년을 포함해 5년에 불과하다.

투자자 예탁금은 연말 기준 65.5조원으로 전년 대비 140%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고,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총 3500만여개로 한 해 동안에만 600만여개가 증가하는 등 주식 투자 관심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증시 영향력도 한층 높아졌다. 작년 개인 투자자의 연평균 코스피 거래대금 비중은 67%로 전년 대비 20%p나 높아지면서 2002년 72%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어느 때보다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센 가운데 이번 주 들어 개인 투자자의 쏠림 현상이 극대화된 데는 새해 첫 주부터 코스피가 9.70% 급등하면서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특히 지난 금요일에는 삼성전자 (KS:005930) 주가가 7.1%, 현대자동차 주가가 19.4% 상승하는 등 대형주가 폭등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개인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변동성을 대폭 키웠다. 11일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이전의 역대 하루 최대치의 두 배가 넘는 4.5조원을 순매수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주식만 각각 5.2조원, 2.8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 기관 '기계적 매도'

반면, 기관 투자자는 주가 급등으로 포트폴리오 내 일부 종목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기계적으로 매도에 나서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11일 기관 투자자는 3.7조원을 순매도하면서 사상 최대 하루 순매도를 기록했고, 12일에도 대규모 순매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기관 투자자는 코스피가 하락한 다음 거래일인 7일을 제외하고 연일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기관 투자자의 보유 비중이 큰 대형주가 급등하면서 매도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이다. 11일 기관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만 1.3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 포트폴리오 조정 목적에서 매도가 나올 수 있는데, 대부분 삼성전자 주식을 크게 갖고 있어 조정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기금은 총 8300억원을 순매도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6.8%로 작년 대비 0.5%p 하락했다"면서 "올해 국내주식 목표 규모는 142.8조원이고, 현재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기금은 올해 코스피 30조원대 순매도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 전문가들 "본격 조정 판단 일러"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변동성을 대폭 확대한 데 대해 연초부터 급등한 데 따른 여파로, 펀더멘털의 변화가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본격 조정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개인 심리가 과도했던 부분들이 반영되면서 코스피가 '드라마틱'한 흐름을 보였다"면서 "장중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으로 시장은 쉬어갈 때가 되었다는 '시그널'을 보여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돈의 힘도 워낙 세고,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시대 기대가 반영되는 등의 다른 측면도 분명히 있어 주식시장 방향성은 여전히 위쪽으로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연초 이후 국내 증시는 확실히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 대비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었다"면서 "기대감을 너무 과하게 반영한 부분이 가격변수 변화와 함께 변동성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회복세가 바뀌는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빠질 것인지 여부보다는 그동안 유동성에 기반한 리플레이션 기대가 컸던 시장 색깔이 실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으로 정리되는 양상이 되나 싶다"고 전망했다.

▲ 정책 당국 행보 주목

한편,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유동성 회수 신호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외 정책 당국은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미국 '블루 웨이브' 현실화에 경기 부양책 확대 가능성이 높아진 이후 1%를 넘어선 뒤 상승세를 키워 작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버트 카플란 미국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현지시간 11일 "경제가 예상대로 회복하면 올해 후반 양적 완화 '테이퍼링'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시한과 함께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또한,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12일 문자 공지를 통해 "현재 시행 중인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최근 공매도 금지 연장 논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증시 상승 배경 자체가 유동성에 의한 것이라 금리를 가장 먼저 봐야할 것"이라면서 "1월부터 미국의 지역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데 이번 주 예정된 주요 인사들 연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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