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조(兆) 단위’ 적자를 낸 업체들이 소폭의 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GS칼텍스 등 일부 업체의 이익 폭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지난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2940억원이다. 이들 기업은 1분기 영업손실 4조3774억원을 내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이후 2분기 영업손실을 7241억원까지 줄였고, 3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기업별로는 GS칼텍스의 개선 폭이 가장 컸다. 2분기 1333억원 적자에서 3분기 2971억원 이익으로 반전했다. 현대오일뱅크 또한 3분기 35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290억원)과 에쓰오일(-93억원)의 영업손익은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했다.
실적이 개선된 것은 ‘재고 평가이익’ 덕이다. 정유사들은 중동 미국 남미 등에서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원유를 들여온다. 코로나19 탓에 올 1~2분기 정유 소비가 급감하자 원유 재고가 남아돌기 시작했다. 이 재고가 상반기 대규모 손실로 잡혔다. 원유 가격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2분기 저점을 찍고 3분기 원유 가격이 반등하자 이 재고가 고스란히 평가이익으로 잡혔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재고 평가이익은 약 3000억원. GS칼텍스 등 다른 기업 또한 회사당 수천억원의 평가이익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4분기 상황은 다르다. 두바이유 등 주요 원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40달러 안팎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 추세라면 정유사의 재고 평가이익 효과는 3분기에 끝난다.
결국 정유 수요가 늘고, 원유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계속 적자인 상황에서 기름값까지 떨어지면 4분기 다시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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