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意9909, 마천석 95×210×40㎝, 1998
[이코노믹리뷰=권동철 미술전문기자 ] 1960년대의 추상표현적 오브제 작업과 1970년대 미니멀양식의 탐구를 거쳐 이것들을 종합한 것이 바로 1970-80년대의 <적> 시리즈요. 그 중요한 핵심이 ‘분절구조’이다. 이를 간단히 ‘분절’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분절의 탐구는 1970-80년대의 <적> 시리즈의 핵심 과제였고, 요컨대 ‘중성구조’로서 일체의 불필요한 잔재들을 제거한 후에 도달할 수 있는 사물들의 환원적 국면을 겨냥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2천년 대의 현재에 이르는 <적의>는 분절에 의한 구조자체의 모색을 떠나 구조의 ‘인간화’를 지향하고 있다. 깨끗하고 견고한 윤곽의 화강석 매스의 내면에다 흐르는 듯 한 부드러운 윤곽의 투각을 삽입하는 한편, 매스의 표면을 긁어놓음으로써 회화적 형상과 돈이 느껴지게 하거나, 견고한 구조의양 날개에다 열정적이고 분방한 형상의 매스를 설정한다.
아니면 느슨한 화강석 윤곽에다 구획진 채색 철판을 삽입하는 등 구조물로서의 조각 형식에다 구조적 요소와는 거리가 먼 타자의 요인들을 불러 들어 개방되고 연성화된 구조를 만드는, 말하자면 구조의 해체를 시도한다. 명제를 바꾸어 <적의>로 하였고, 내용 면에서는 작가의 인격적이고 주관적 내용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를 전기시대의 분절과 구별해서 ‘결합’의 맥락으로 언급할 수 있다. 거대한 돌과 철판에다 바래진 색깔의 괴목들을 대거 도입하였는가 하면, 이것들을 꺽쇠로 접합해서 일정한 틀의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다 흰 빛깔의 석고를 채움으로써 완성된 전체는 잠재적인 일루전을 내재하도록 하였다.
積意9815, 마천석 40×230×40㎝, 1998
불가사의한 인간적 심혼을 내재한, 이를테면 구조를 인간화하려는 일대 방법적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 시도는 그가 이전에 성취했던 구조들에다 인간의 심의(心意)를 담아냄으로써 전기시대의 분절구조를 조심스럽게 해체하려는 징후를 드러내었다. 요컨대, 1960년대 모색시대 이후, 1970-80년대의 정착시대를 거쳐 199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는 원숙기를 대표하는 것은, 앞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그가 ‘자연의 몸짓’을 그리면서 조각으로 처리하는 방법들의 두 가지 계보를 시사한다.
그 하나가 분절이고 다른 하나가 결합이다. ‘분절’은 <적>의 전개기를 일관되게 관류했던 괴체의 구조를 탈인간화 탈개성화의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눈과 마음을 일컫는다. 이에 반해 <결합>은 1990년대 이후 현재의 원숙기를 대표하는 <적의>의 기본 정신이다.
결합은 분절의 방향과는 반대로, 괴체를 다시 인간화하려는 특징을 보여준다. 매스의 단면에다 부드러운 윤곽의 투각을 설정하거나 매스의 표면을 부드럽게 끊어 놓음으로써 회화적 톤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구조의 내면에다 또 다른 매스를 설정하거나 윤곽 내에다 채색한 철판을 삽입함으로써 기존의 구조물의 엄격성을 완화함으로써 구조로 바꾸었다.
이러한 변화는 <積意>가 과거의 <積>이 가졌던 차가운 일면을 크게 수정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과거의 그의(A South Korea Sculptor PARK SUK WON,조각가 박석원,朴石元,PARK SUK WON,한국현대추상조각 선각자 박석원,박석원 작가,한국현대추상조각 선구자 박석원) 조각들이 자연석을 잘라 구성지게 절단해서 누이거나 세워, 잇거나 중첩함으로써 ‘차가운 구조’를 ‘따뜻한 구조’로 전환시켰다는데 특징이 있다.
△글=김복영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