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2021년에 바닥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의 기존 예측보다 1~2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문재인 케어 도입(건보 보장성 확대)과 고령화 심화 등으로 건보 재정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재정 건전화 방안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 누적 적자, 9년 후 200조 돌파
장성인 연세대 의대 교수는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국민건보 종합계획 평가와 대안’ 토론회에서 2028년까지 건보 재정 추계를 내놨다.
장 교수에 따르면 건보 적립금은 2021년 9000억원으로 감소하고, 2022년에는 누적 적자 규모가 1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후 적자 규모는 급격히 늘어나 2026년 120조2000억원, 2028년 234조8000억원까지 불어난다. 올해 정부 예산(470조원)의 50%에 가까운 수치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금 추이대로라면 불과 8~9년 뒤 의료보험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번 분석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건보 수입 및 지출 증가분에 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가를 가중한 결과다. 장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건보 지출 증가, 수입 감소를 반영한 최초의 추계”라며 “자료의 미비로 고령화 효과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예상한 만큼 실제는 이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했다.
불과 2년 뒤의 미래지만 정부 예측과는 크게 엇갈린다. 정부는 건보 누적 적립금이 2021년 13조6000억원으로 지금보다 소폭 줄겠지만 이후 매년 10조원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추계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8년 20조6000억원을 17조5000억원으로 제시하는 등 장 교수의 추계는 출발점부터 사실과 다르다”며 “정부 재정 투입 증가분 등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오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국민 부담 증가 눈덩이
건보 누적 적립금은 2012년 4조5757억원에서 2017년 20조7733억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2018년 문재인 케어에 고령화 영향이 겹치며 1778억원 줄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와 건보공단을 제외한 전문가들은 2023년 또는 2024년이면 건보 누적 적립금이 고갈돼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 누적 적립금이 7000억원으로 감소한 뒤 이듬해에는 3조1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4년 이보다 더 많은 8조6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예상했다. 김윤희 전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1년 더 빠른 2023년 기금이 소진돼 70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이 조만간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은 2023년 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건보 지출 절감분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홍 교수는 “복지부 주장을 반영해도 누적 적립금 고갈 시점이 1년 정도 연기될 뿐”이라며 “지출 절감 계획 내용의 상당 부분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 주장만큼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누적 손실 증가에 따른 건보 재정 부담은 상당 부분 민간에 전가될 전망이다. 장 교수는 2030년 국민 1인당 평균 건보료가 24만원으로 지난해(8만7942원) 대비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지금도 사회보험 재원의 82.1%를 기업과 근로자가 부담하고 있다”며 “민간의 부담 증가를 막을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최종석 전문위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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