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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뉴욕 증시 반등 이유 : 트럼프·파월의 동시 후퇴

입력: 2019- 08- 20- 오후 04:10
© Reuters.

공매도가 많은 주식들의 상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긴 어려울 것 같고,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시장 친화적 언급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뉴욕 증시가 19일(현지시간) 이틀째 강하게 반등했습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상승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두가지 이유로 지난주 숏(공매도)을 쳤던 투자자, 채권을 마구 샀던 사람들이 이틀 연속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시장이 반등했다는 겁니다.

그가 말한 반등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접근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주 채권 금리가 폭락하고 주가가 내리자 월가에는 ‘#TrumpRecession’ 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들이 날라다녔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기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더 심화시켰다가는 내년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딜을 만들어야 할텐데 중국은 무역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지난 6월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휴전 당시로 상황을 되돌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9월1일로 예고한 3000억달러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거두라는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 13일, 16일 연이어 1600억달러가 넘는 품목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거나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지난 16일 만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쿡 CEO의 말(경쟁사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는다)을 전하면서 "쿡 CEO가 매우 설득력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관세를 내지 않는 매우 좋은 회사와 경쟁을 하는 애플이 관세를 내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는 이를 3000억달러 관세 부과를 아예 연기하기 위한 구실을 만든 게 아닌가 관측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18일 오후 "화웨이와 거래를 끊을 수도 있다"며 짐짓 공세를 유지했지만, 19일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과 화웨이와의 임시 거래 면허를 90일 추가로 연장해줬습니다.

월가는 앞으로 무역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좀 더 유화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 째는 오는 23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 기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설하는 파월에 대한 기대입니다.

지난달 31일 금리 인하를 '중기 사이클 조정'이라고 불러 총체적 비난을 샀던 파월 의장이 이번엔 시장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지요. jacksonhole19_pagebanner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22~24일 이 심포지엄의 주제는 "통화정책에 대한 도전들"입니다.

올들어 3분의 1에 가까운 세계 중앙은행들이 완화적으로 돌아선 가운데, 이들은 더 많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힐 겁니다. 또 침체가 닥치기 전에 빨리 대응해야할 필요성 등을 논의할 겁니다. 또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 발생한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전쟁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올 수 있습니다.

월가에선 "참석자들은 시장 친화적이 되려고 할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통상 잭슨홀 미팅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 전 힌트를 주는 자리로 사용됐습니다. 벤 버냉키 전 의장은 과거 이 곳에서 2차, 3차 양적완화에 대해 시사했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자산매입 가능성을 비췄었습니다.

게다가 파월은 큰 곤경에 처해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포인트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을 주문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측에선 파월 의장이 ‘트럼프 재선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옵니다.

월가에선 파월 의장이 일단 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놓을 것으로 봅니다. #트럼프리세션

다시 '중기 사이클 조정' 운운하면서 인하 가능성을 차단한다면 금융시장은 폭락하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당할 수 있습니다. 월가 트레이더는 "파월 의장이 트럼프와 시장에 맞설만한 배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다만 9월 0.5%포인트 인하 등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진 않을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최근 주가가 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 수준인 2900 이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제 지표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달 31일 파월 의장이 ‘중기 사이클 조정’의 배경으로 지목했던 △경기 둔화 가능성 △무역 불확실성 △낮은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 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데 20여일만에 말을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이 트레이더는 "파월 의장이 시장을 달래는 수준에서 발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예상대로 중국과의 전쟁을 가속화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서고, 금리 인하가 1~2번에 그칠 것이라던 파월 의장이 자세를 바꾼다면 세계 금융시장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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