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강화에 나선 삼성전자가 미국의 IBM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극자외선(EUV) 공정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연초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사인 퀄컴과 손잡은 이후 두 번째 대형 고객사다. 삼성전자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7나노를 기점으로 파운드리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혀나가는 전략을 세웠다.
퀄컴 이어 IBM (NYSE:IBM) 고객사로
IBM은 21일 삼성전자와 7나노 EUV 공정 기반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확산 추세에 맞춰 CPU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IBM은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성능, 신뢰성, 보안, 혁신성 등을 고려해 위탁생산 업체로 삼성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IBM의 올해 서버 시장 점유율은 7.3%로 글로벌 3위다. 대부분의 서버업체가 인텔의 CPU칩을 쓰는 것과 달리 IBM은 자체 CPU를 설계해 파운드리업체에 맡겨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에 자사 CPU 생산을 맡겨왔다. 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가 지난 8월 7나노 공정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새 업체를 찾게 됐다. 7나노 공정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위기’였다. 최대 고객사였던 애플과 퀄컴을 TSMC에 빼앗긴 탓이다. 지난해 기준 점유율은 6.7%로 글로벌 4위다. 최첨단 기술인 7나노 공정의 주도권도 TSMC가 먼저 쥐었다. 지난 2분기에 세계 최초로 7나노 양산 체제를 구축한 TSMC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대형 고객사로부터 7나노 물량을 대거 수주했다.
TSMC 추격 나선 삼성
삼성전자는 EUV 노광 장비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 과정 가운데 하나인 노광 공정은 빛을 이용해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작업이다. EUV 노광 장비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장비에 비해 파장 길이가 14분의 1 미만으로, 세밀한 회로 패턴을 새겨넣는 데 유리하다. 반도체 제품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제한된 크기 안에 더 미세한 회로를 그려넣어야 한다. TSMC는 7나노 공정 도입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불화아르곤 장비를 사용한다. EUV 장비 도입은 내년으로 늦췄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EUV를 적용한 7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EUV를 활용한 7나노 공정은 기존 10나노 공정과 비교해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가 40%가량 늘어난다. 향후 더 미세한 공정으로 넘어갈수록 EUV 장비 적용은 필수적이다. 이상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팀장은 “IBM과의 협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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