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서학개미들이 미국 배당주 ETF를 대거 사들였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며 안정적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배당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달 동안 서학개미 순매수 규모 1위는 '슈드'(SCHD, Schwab US Dividend Equity ETF)가 차지했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슈드를 7730만 달러(약 1019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NASDAQ:NVDA), 테슬라는 각각 2억4038만달러, 2억8258만 순매도했다.
슈드는 대표적 미국 고배당 ETF로 꼽힌다. 다우존스 미국 배당 1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배당주 스타일의 상품이다. 지난 달 말 기준 금융 18%, 헬스케어 16%, 필수소비재 14%로, 전형적 배당업종의 비중이 높다. 연 평균 3~4% 수준의 높은 분배율과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종목 구성이 강점이다.
슈드는 단순 배당 상위 기업이 아니라 배당의 연속성 (10년 연속배당), 성장률(5년 배당성장률), 수익률(연배당 수익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기업의 재무안정성까지 반영해 종목을 선정한다. 연 4회 (3, 6, 9, 12월) 분배금을 지급하며 최근 1년 기준 분배금 수익률은 약 3.5% 수준이다.
서학개미가 슈드에 몰리는 이유는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주 대비 변동성이 낮은 배당주에 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배당주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점도 투자 수요를 이끈 요소로 해석된다.
슈드의 인기가 높아지며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배당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24일 새로운 미국배당다우존스 시리즈인 'SOL 미국배당 미국채 혼합 50' ETF를 상장했다. 미국배당 다우존스와 미국채 10년을 5:5 비중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초기 설정 물량이 이틀 만에 완판됐다.
증권가에선 슈드를 관심 종목에 올려둔 투자자라면 오는 10일 예정된 액면분할 이벤트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CHD는 오는 10일 현지 장 마감 이후 3대 1 비율로 액면분할한다. 기존 액면가격을 3:1 비율로 낮추고 유통 주식수를 늘릴 예정이다. 오는 9일 기준 SCHD 보유 주주에게 액면 분할 권리가 적용되며, 11일부터 액면 분할된 가격으로 거래가 시작된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ETF 액면 분할의 주된 목적은 투자자들의 가격 부담을 완화시켜 거래 접근성을 높이고, 수급 유입을 유도해 유동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단기 투자자라면 액면분할 전인 지금을 매수 시점으로 잡아 액면 분할 예정일에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다만 슈드가 '배당주 ETF'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연준의 긴축 종료가 단행된 현 시점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