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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해소 '밸류업 지수' 내놨지만… "국민연금 등 연기금 역할 가장 중요"

입력: 2024- 09- 25- 오후 01:53
저평가 해소 '밸류업 지수' 내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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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정부의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 정책'의 일환인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밸류업 지수가 장기적인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선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물론 연기금, 개별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밸류업 지수는 오는 30일부터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밸류업 지수는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100개 종목을 담았다. 지수는 올해가 밸류업 프로그램 원년인 점을 감안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2일을 1000포인트의 기준으로 설정했다.

밸류업 지수 증시에 꼭 필요… 일본 'JPX Prime 150 지수'와 차별점 호평

밸류업 지수에는 코스피 67곳, 코스닥 33곳 등 100개 종목이 편입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 중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KS:000660), 현대차 (KS:005380), 셀트리온 (KS:068270), 기아, 신한지주 등 6곳이 포함됐다. 4대 금융지주 중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포함된 가운데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제외됐다. 밸류업 지수 시가총액은 약 1000조원이다.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 비중 상위종목은 삼성전자 (KS:005930), SK하이닉스, 현대차 순이며, 상위 10종목의 지수 내 비중 합은 약 67% 수준이다. 코스피 종목 중 55곳(82%)이 코스피200에, 코스닥 종목 전부가 코스닥150에 편입돼 있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지수는 국내증시 상승을 위해 필요한 지수라는 공통된 견해를 보였다. 주주환원 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자본효율성 등에서 골고루 우수한 선별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에게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투자자에게는 선별된 우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는 국내증시에서 필요하다.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밸류업 지수를 조성해주는 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이번 밸류업 지수 발표는 국내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시장에서 밸류업 지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ETF 상품까지 나온다면 증시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밸류업 지수는 기업들이 얼만큼 밸류업을 성실히 공시하고 실행하는지 평가하는 지표이므로 밸류업 지수 자체가 주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 밸류업 활동은 한 두달 만에 승패가 갈리는 프로그램이 아니므로, 긴 호흡으로 기업 가치 제고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밸류업 지수가 자본효율성증가와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한국 사회가 처한 생산성 감소와 인구구조 변화등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본 밸류업 지수인 'JPX Prime 150 지수'와 차별점을 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일본과 다르게 산업별 쏠림을 막기 위해 비중을 나눈 점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만의 차별화 전략을 잘 선보인거 같다"며 "JPX Prime 150 지수는 산업군별 특성을 배제하고 PBR(주가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만을 평가지표로 종목을 선정한 것과 다르게 밸류업 지수는 선정기준 적용 시 특정 산업군 편중을 막고자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한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JPX Prime 150과 다르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초대형주를 편입해 국내 대표 지수로서 기관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며 "JPX Prime 150의 경우 일본 주식시장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토요타, 미쓰비씨 등을 편입시키지 않으면서 JPX Prime 150 지수와 전체 주식시장과의 괴리가 발생해 기관의 관심을 받지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 출시 취지에 맞게 주주환원정책, 수익성, ROE 등의 다양한 지표를 통한 종목 선정과정을 거친 점에서 다각도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대표성을 가지고 산업군별 특성을 고려한 밸런스 있는 지수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산업 밸런스를 고려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종목 수가 편입된 점은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향후 후속 지수개발 등을 통해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보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기금 역할 매우 중요" 거래소 연기금 마케팅 확대

전문가들은 밸류업 지수가 장기적 선순환을 이어가기 위해선 국내 대표 기관투자자인 연기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기금이 밸류업 지수를 세부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하면 지수 편입 종목 위주로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자연스레 기업의 밸류업 참여 유인으로 이어지면서 밸류업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염승환 이사는 "11월 운용사들이 ETF 상품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기관투자자가 특히 연기금이 지수를 얼마나 벤치마킹해 종목을 편입하고 투자해줄지가 이제부터는 최대 관건"이라며 "지수 발표 후 기관투자자들이 관련 상품을 매매해주지 않는다면 지수는 유명무실 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는 이번 지수 발표를 계기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5대 연기금에 대해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연기금에서 밸류업 지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거래소 입장에서도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주주환원 촉진 세제 신설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증여세 경감 등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을 바라보고 투자할 텐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안 되니 힘들고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나 상속, 증여를 고려하면 주가가 올라가는 게 좋지 않다"며 "밸류업 지수가 한국 증시에 큰 모멘텀을 주는 건 맞지만 세제 지원을 위한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연구원은 "정부가 밸류업과 관련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지수도 비슷하게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기업의 적극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부여해야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서 동력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노력에 따라 밸류업 지수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해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발표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를 통해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제고 방안을 성실하게 이행하며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한 기업은 아웃퍼폼 할 수 박에 없을 것"이라며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통해 여러 기업들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으나 향후 주가 추이는 결국 신뢰 확보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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