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5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그동안 기존 퇴직연금 계좌를 타 금융사로 옮기려면 투자자는 보유 상품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하거나 만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등 비용 부담도 온전히 투자자의 몫이었다.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이전이 가능해진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은행과 보험권에서 거래되던 퇴직 연금 규모가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인 은행, 보험사와 달리 증권사는 공격적인 투자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증권사들의 적립금 규모도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은 94조500억원이다. 지난해 말 86조7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7조8000억원 증가했다. 2022년 말 73조8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서는 20조7000억원 늘었다. 전체 적립금 규모에서 증권업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올해 말 22.0%→ 22.7%→ 23.8%로 꾸준히 늘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증권업의 퇴직연금 확대 규모는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퇴직연금 사업에 진출해 있는 증권사들은 컨설팅 서비스를 확대하고 현물 이전 신청 고객 대상 행사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에 나섰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일임형 운용 상품 '개인연금랩'과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문서비스 등 고객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 구성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서 선두적으로 퇴직 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실시하며 다양한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현물 이전 제도 시행에 발맞춰 100만원 이상 퇴직연금 현물 이전을 신청한 고객에게 3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 등도 실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물 이전 제도 시행으로 연금 자산에 대한 투자 문화가 빠르게 확산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금 가입자가 자신의 연금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이벤트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증권업계 최초로 ETF(상장지수펀드)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확대했다. 올해 초에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MY AI'도 내놨다. 최근에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100만원 이상 현물 이전 시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투자자 잡기에도 나섰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개인 노후를 뒷받침해 주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퇴직연금 시장 규모 역시 더욱 커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며 "제도적으로도 급변하는 연금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확대하고 기민하게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현물 이전 신청 고객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삼성증권은 1000만원 이상 현물이전한 고객 모두에게 신세계상품권 3만원을 지급한다. 신한투자증권은 IRP를 현물이전한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3000명에게 치킨쿠폰을 제공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 연금 현물 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며 "'머니무브' 기대감에 증권사에서도 다양한 전략과 서비스를 마련 중"이라고 했다. 이어 "개인 고객 대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컨설팅을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