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한미반도체 주가는 전날보다 2800원(2.51%) 내린 10만8600원에 장을 마쳤다. 6월 중순 장중 19만6200원을 기록해 20만원대 고지를 넘는 듯 했으나 그때보다 40% 넘게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으로 AI 산업이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인공지능(AI) 대장주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꺾이면서 AI 반도체주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 시선은 다르다. HBM 수요가 서버에서 디바이스로 확대되면서 앞으로 한미반도체의 실적과 주가 상승 요인이 뚜렷하다고 본다.
한미반도체는 HBM용 TC 본더를 제작하는 업체이다. TC 본더는 열·압착을 통해 칩과 웨이퍼를 붙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TSV(실리콘관통전극)로 연결하는 HBM을 제조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2017년 SK하이닉스와 HBM 생산에 필요한 '열 압착 본딩 장비'(듀얼 TC 본더)를 공동 개발한 뒤 SK하이닉스에 제품을 공급해 왔으며 올들어 미국 마이크론 등 해외 고객사를 추가 확보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B200이 출시되면 차세대 HBM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주문이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반도체 실적은 이미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올라섰다. 한미반도체 2분기 영업이익은 5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6% 급등했다. 3분기 전망은 더 좋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미반도체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전년동기대비 2547.6% 급증한 769억원이다.
이 같은 실적 상승세를 바탕으로 향후 주가도 더욱 오를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북미 고객사향 TC본더가 6월부터 초도 물량 출하가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3분기 이후 매출 증가 가시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HBM 본딩 시장 내 한미반도체의 지배적인 점유율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성능 AI 반도체와 HBM 시장의 성장과 동행해 중장기적으로 주당순이익(EPS)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의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M7(엔비디아·메타·아마존·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을 중심으로 AI에 대한 피크아웃 우려 등으로 주가 조정이 이어지고 있으나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미반도체가)HBM 시장 확장의 시기에서 본격적인 실적으로 보여주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